4대강 보 수문 열었더니 수위 낮아져 '어도' 무용지물

입력 2017-06-06 17:51   수정 2017-06-06 18:08

4대강 보 수문 열었더니 수위 낮아져 '어도' 무용지물

어도보다 낮은 양수제약수위 유지…물고기 이동 막혀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정부가 4대강 보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낮추면서 물고기가 다니는 길인 어도가 무용지물이 됐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전국 4대강 보 16곳 가운데 녹조 발생 우려가 심하다고 판단한 6곳의 문을 열고 수위를 낮췄다.

6곳은 낙동강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금강 공주보, 영산강 죽산보다.

보를 상시 개방한다고 해서 수문을 완전히 열어 가둔 물을 모두 내보낸 것은 아니다.

정부는 관리수위에서 양수 제약 수위로 낮췄다.

보 수위는 가장 높은 관리수위에서부터 어도 제약 수위, 양수 제약 수위, 지하수 제약 수위, 하한수위, 최저수위 순서로 차츰 내려온다.

양수 제약 수위는 농업용 양수장에서 취수하는 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다.

모내기 철을 고려해 농업용수 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한 조치다.





강정고령보는 관리수위가 19.5m이지만 양수 제약 수위인 18.25m로 1.25m 낮아졌다.

달성보 수위는 관리수위 14.0m에서 양수 제약 수위 13.5m로 0.5m 내려갔다.

문제는 어도 제약 수위보다 낮은 양수 제약 수위로 낮아지면서 보에 만들어 놓은 어도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물고기 이동을 위해 물고기가 다니는 길인 어도를 각 보에 만들었다.




6일 찾아간 강정고령보의 어도 2곳은 내린 비에 표면만 약간 젖었을 뿐 전체적으로 물이 말라 있었다.

강정고령보는 동편에 인공하도식(자연형), 서편에 아이스하버식 어도가 있다.

인공하도식 어도는 일반 하천형태를 본떠 만든 것이고, 아이스하버 어도는 경사로에 블록으로 유속을 늦춰 물고기가 이동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평소에는 이 어도를 통해 물고기가 이동했으나 수위가 낮아지면서 어도가 막혔다.

어도 일부 웅덩이에는 고인 물과 찌꺼기로 악취가 났다.

물이 흐르지 않은 어도는 더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수위를 낮춘 다른 보의 어도도 강정고령보 어도와 똑같은 상황이다.

어도 전문가인 이영재 경북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어도에 물이 흐르지 않으면 말 그대로 무용지물이 된다"며 "많은 돈을 들여 어도를 만들어 놓고 못쓰게 됐으니 심각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보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낙동강권역물관리처 관계자는 "수위를 낮추는 과정에서 어도에 고립된 물고기는 잡아서 놓아줬다"며 "어도 수위보다 현재 수위가 낮아서 물고기 이동은 못 한다"고 말했다.

sds1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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