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시 읽어주는 에세이 '詩누이'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글이 표현하지 못한 걸 그림이 대신해줄 수 있어요. 친구 같은 사이죠. 웹툰은 독자와 시인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할까요. 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 많잖아요. 시에서 자기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웹툰 그리는 시인'으로 유명한 신미나(39)가 에세이 '詩누이'(창비)를 냈다. '시 읽어주는 누이'의 줄임말이다. 창비 블로그에 연재한 웹툰 에세이들을 엮었다. 일곱 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나 취업대란과 비정규직의 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 '싱고'와 사람 나이로 69살인 고양이 '이응옹'이 주인공이다.
싱고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에 등장하는 시어이자 시인 자신이 투영된 인물이다. 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마음을 다치고, 잠자리에서 '이불킥'을 하며 감정 컨디션을 알려주는 '뚜뚜뚜 센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이응옹은 그런 싱고를 토닥인다. "외롭고 힘들어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살아라냥"
웹툰은 널리 읽히는 다른 시인들의 작품을 경험에서 나온 에피소드들로 재해석한 것이다. 김민정·박준·오은·송승언 등 젊은 시인부터 김사인·이시영·이현승·정호승처럼 중견 시인들의 작품까지 들어있다.
"연로하신 선생님들은 싫어하실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시를 늘 종이책으로만 읽던 분들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너무 재미있다면서 격려해주시더라고요. 아직 시를 빼달라는 분은 없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시인은 직장에 다니면서 카피라이터 겸 디자이너로 일했다. 웹툰을 그리게 된 건 직장을 그만두면서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고용노동부의 취업지원 과정에서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익혔다. 웹툰을 그려 네이버 '도전만화' 코너에 올렸고 창비 블로그에도 연재를 시작했다.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붓펜으로 윤곽선을 따요. 그런 다음에 채색작업만 컴퓨터로 해요. 손맛을 살리려고요. 손그림이라 투박한 느낌이 들잖아요. 더디긴 하지만 그렇게 작업하는 게 좋더라고요."
올해로 등단 10년 차인 시인의 첫 시집은 전통적 서정의 세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웹툰 에세이에는 티격태격하는 싱고와 이응옹의 유머코드가 담겼다. 시를 쓸 땐 신미나지만, 웹툰에선 '싱고'를 필명으로 쓴다. "웹툰을 그리면서 약간 밝아졌다"는 시인은 일러스트 에세이와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이다. 30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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