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조기인지 → 소화·배연 → 진입 차단 → 구난·구호 시스템 갖춰
(인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수도권∼동해안을 90분대로 단축할 동서고속도로 개통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동해안을 변혁으로 이끌 동서고속도로의 랜드마크는 단연 '백두대간 인제 터널'이다.
길이만도 11㎞로 국내에서 가장 긴 도로 터널이다. 세계에서도 11번째로 길다.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고자 지표면에서 200∼550m가량 지하에 건설됐다.
백두대간에 둘러싸인 인제 터널은 마치 첩첩산중의 요새와도 같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수도권∼동해안을 최단거리로 잇는 인제 터널은 편의성 이면에 장대 터널이 갖는 위험성도 있다.
장대 터널은 화재나 연쇄 추돌사고에 매우 취약해 늘 대형참사의 위험이 있다.
2005년 11월 1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구마고속도로 상행선 달성 2터널 안에서 나이키 미사일 추진체를 실은 15t 대형트럭에서 불이 났다.
당시 사고로 100여 명의 운전자가 아수라장이 된 터널 밖으로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유해성 연기가 길이 1.3㎞ 터널 안에 가득 차 대형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2003년 6월 6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홍지문터널(1천890m) 안에서 미니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면서 불이 났다.
이 사고로 터널 안에 유독 연기가 가득 차 버스 승객 등 4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또 터널에 이미 진입한 수십여 대의 차량 운전자 등은 연기를 피해 터널 밖으로 긴급 탈출하는 큰 소동을 빚었다.
1999년 3월 24일에는 프랑스 동부와 이탈리아 북부 간 몽블랑 터널에서 화재가 발생해 39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터널 참사가 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인제 터널은 어떠한 대비책을 갖췄을까.
인제 터널의 방재 계획은 사전·조기인지, 소화 및 배연, 2차 사고 예방(진입 차단), 구난·구호로 요약된다.
우선 인제 터널은 전 구간에 '섬유 화재 감지기'와 '자동 물 분무 시스템'을 설치해 화재 발생 시 초기진압 및 확산방지가 가능하도록 했다.
스프링 클러와 유사한 '물 분무 시스템'은 터널을 지나는 머리 위로 5m 간격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여기다 열화상 카메라를 터널 내에 설치해 주행 중인 차량의 과열을 감지한 뒤 'OOO0번 차량 과열 안전구역으로 이동하세요'라는 내용의 경보 메시지를 '도로 전광표지(VMS)'에 표출시켜 차량 화재를 사전에 차단한다.
특히 피난 연결 통로는 국내 최소인 200m 이내 간격으로 설치했다.
이는 프랑스 몽블랑 터널 화재 참사를 교훈으로 한 설계다. 몽블랑 터널 길이는 인제 터널과 비슷한 11.6㎞다.
이와 함께 터널 내에 수동식 소화기, 옥내 소화전, 비상경보, 비상 방송, 유도 표지등, LED 시선 유도등, 비상콘센트 설비 등을 50m 간격으로 설치했다.
긴급 전화와 CCTV는 250m마다 설치됐고, VMS와 터널 진입 차단 설비도 갖췄다.
특히 화재 시 신속한 접근을 위해 2인승 비상 차량(전기식)을 터널 내에 상시 배치한다.
1개의 '사갱'과 2개의 '수직갱'도 화재 등 비상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터널 건설 시 시점과 종점 이외에 중간부를 뚫어 네 방향 동시 굴착이 가능하도록 한 사갱은 평소에는 환기통로다.
그러나 비상시에는 대피로나 앰뷸런스 진입로 등으로 활용된다.
지표면에서 200m와 300m 아래로 뚫린 2개의 수직갱은 초당 1천200㎡의 신선한 공기를 공급한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로 터널 관리사무소에 소방대를 상주해 신속한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상주하는 소방 인력은 6명으로 24시간 3교대 근무하며 8t 화학소방차와 특수구급차 각 1대가 배치된다.
이로 인한 출동 시간은 27분에서 8분으로 대폭 단축했다.
경찰도 사고 등에 대비해 순찰차와 인력을 전진 배치한다.
또 터널 내에서 추월이 가능한 만큼 과속으로 인한 사고 예방 차원에서 구간 단속을 시행하기로 했다. 총 단속 구간은 15.2㎞이며, 제한 속도는 시속 100㎞다.
이밖에 11㎞의 터널을 6분 30초가량 운행하는 과정에서 졸음운전 예방과 주의력 환기를 위해 완만한 'S'자형 선형, 경관 조명, 돌출 차선, 노면 요철 포장 등을 적용했다.
홍천 양양건설사업단 관계자는 7일 "화재, 교통사고, 독가스 등 비상 상황을 사전·조기 감지해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방재 시스템을 갖췄다"며 "친환경 안전 터널 건설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았다"고 밝혔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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