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과의 협상도 최종 결렬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국민의례에 기립을 거부해 미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49ers)의 전 쿼터백 콜린 캐퍼닉(30)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걸까.
캐퍼닉은 지난 3월 옵트아웃 조항을 실행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왔지만, 아직도 내년 시즌 뛸 팀을 찾지 못해 자칫 'FA 미아'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캐퍼닉은 몇 주 전 NFL 시애틀 시호크스 구단의 초청을 받아 시애틀을 방문했다. 하지만 시애틀은 캐퍼닉 대신 쿼터백 오스틴 데이비스와 계약했다.
데이비스는 지난 시즌 NFL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개인 통산 터치다운은 13개에 불과했다.
지난 시즌에만 16개의 터치다운 패스를 뿌린 캐퍼닉이 월등히 더 나은 쿼터백이지만 시애틀 구단이 손을 내민 쪽은 데이비스였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퍼닉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샌프란시스코의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캐퍼닉은 2012시즌 중반 선발 쿼터백 자리를 꿰찬 뒤 그 시즌에 샌프란시스코를 1994년 이후 첫 슈퍼볼 무대로 이끌었다.
캐퍼닉은 다음 시즌에 풀타임 쿼터백으로 올라섰다. 캐퍼닉의 활약을 앞세운 샌프란시스코는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L)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이후 캐퍼닉은 심한 기복을 보였고, 샌프란시스코는 3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캐퍼닉이 미국 사회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지난해였다.
캐퍼닉은 경찰의 총격에 따른 흑인 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경찰의 야만성과 인종차별주의에 항의하는 뜻에서 경기 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무릎을 꿇은 채 국민의례를 거부했다.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그의 행동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팀 동료는 물론 다른 구단 선수들까지 '국민의례 거부'에 동참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캐퍼닉은 살해 협박까지 받았고, 미국의 한 시장조사업체가 미국민 1천100명을 대상으로 350명의 풋볼선수 중 싫어하는 사람을 조사한 결과 캐퍼닉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리그 정상급 쿼터백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간 정도 실력을 인정받는 되는 캐퍼닉이 이처럼 NFL 32개 구단의 냉대를 받는 데에는 '국민의례 불응'의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본다.
실제 제노 스미스, 마크 산체스, 맷 바클리, 닉 폴레스 등 캐퍼닉보다 경험과 기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쿼터백들도 모두 계약에 성공했다.
FA 시장이 개장한 지 약 10주가 흘렀지만, 캐퍼닉의 계약 소식은 아직 없다. 캐퍼닉이 자칫 올해 새로운 둥지를 찾지 못하고 '무적자'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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