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국영통신사 해킹해 '가짜뉴스' 내보낸 것으로 의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카타르 단교 사태의 배후에 러시아 해커들이 있는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보고 있다고 CNN 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해커들이 카타르 국영 통신사 QNA를 해킹해 가짜뉴스를 내보낸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의심이다.
QNA는 지난달 23일 카타르의 군주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밈 한 군사학교 졸업식에서 "카타르 정부는 미국과 긴장 관계며 이란을 '이슬람 강대국'으로 인정한다. 이란에 대한 적대 정책을 정당화할만한 핑계가 없다"고 연설했다는 허위 내용을 보도했다가 삭제했다.
이 가짜뉴스를 계기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중동 7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수사관들을 카타르 도하로 보내 카타르 정부의 해킹 사건 조사를 돕고 있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도 공조 수사 중이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FBI가 (국영통신사) 해킹과 가짜뉴스 송고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모든 위기가 오보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짜뉴스를 보낸 러시아 해커들과 러시아 범죄조직 또는 러시아 안보당국과의 연관성을 FBI등이 확인했는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정부의 승인 없이 발생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러시아 정부의 연루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러시아 해커들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사이버 해킹을 시도하고 있어 미국 정보·사법당국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작년 미국 대선은 물론 최근 프랑스와 독일 등의 선거에 러시아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과 동맹국들 사이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CNN에 전했다.
미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부가 믿을 만한 매체를 통해 가짜뉴스를 내보내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으며,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의 증언으로 이런 우려가 표면화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의회 증언을 통해 법무부 장관을 건너뛰고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후보의 이메일 사건 불기소 결정을 발표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로 러시아 정보기관의 가짜뉴스 우려를 제시한 바 있다.
로레타 린치 전 법무장관이 민주당 측에 '클린턴 수사가 기소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는 가짜뉴스를 러시아 정보당국이 퍼뜨려 수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을 훼손할 것으로 판단해 불기소 결정을 법무부가 아닌 FBI에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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