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장·경제수석·경제보좌관·국민경제자문위 부의장 역할 분담
국민경제자문위 활성화 방침…새로운 시각·건전한 토론 유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김현철 서울대 교수가 전날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임명되면서 비어있던 경제 콘트롤타워의 한 자리가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내 경제 관련 직책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경제보좌관 등으로 구성되며, 청와대 외부에 국민경제자문회의를 헌법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 가운데 경제보좌관은 새 정부 들어 신설됐고,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전 정부에선 사실상 사문화된 기관이었다.
이처럼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를 담당하는 직책이 늘어나다 보니 이들 간 역할 분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제 관련 부서의 인사를 관통하는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콘트롤타워 내부에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도입해 항상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고 건전한 토론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조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활성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하면서 그간 유명무실했던 자문회의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설계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나,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공약 설계를 맡기도 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저와는 다소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보던 분"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보수성향이 강한 경제학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문 대통령이 보수성향인 김 교수를 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한 데에는 소득주도성장·재벌개혁 등의 추진으로 자칫 진보 쪽으로 치우칠 수 있는 경제정책의 균형을 잡아달라는 뜻이 내포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경제자문회의는 경제 현안에서 한발 떨어져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 상황을 바라보면서 우리 경제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청와대 경제수석이다.
경제수석은 경제정책비서관, 산업정책비서관, 중소기업비서관, 농어업비서관을 거느린다. 이들 비서관 하나하나가 정부 중앙 경제부처에 대응하는 셈이다.
경제수석은 산하 비서관들과 함께 매일 주요 경제 현안을 챙기고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고, 대책을 숙의하는 역할을 한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거시적·장기적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본다면 경제수석은 아무래도 미시적 관점에서 즉각적 대응에 치중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경제보좌관에 임명된 김현철 서울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이른바 '경제 교사'로 불리던 인물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소득주도성장론'의 입안자로 일본 유학생활을 통해 '잃어버린 20년'을 직접 체험하고 저성장 시대의 생존전략을 깊이 있게 연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청와대에 들어와서도 대선 캠프 때와 비슷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산하 비서관을 거느린 경제수석과 달리 경제보좌관 밑에는 비서관이 없다. 즉, 어느 정도 독립된 위치에서 일상 업무와 떨어져 정책실장에게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책실장은 경제수석과 경제보좌관뿐 아니라 일자리수석과 사회수석, 과학기술보좌관을 거느리고 정책의 정무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다.
매일 챙겨야 하는 현안은 없지만,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강약을 조절하는 역할이 주어진다.
대통령의 의중을 정책에 반영한다는 차원에서 새 정부 들어 신설된 재정기획관도 주목되는 자리다.
재정기획관은 정책실장 산하가 아닌 비서실장 직속으로 신설됐는데, 이를 두고 각 부처가 관성대로 예산을 편성해온 관행을 깨고 재정 개혁에 나서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백악관이 직접 정부 예산을 짜는 미국처럼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를 정부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재정기획관 자리를 비서실장 직속으로 신설한 것이다.
이는 자원 배분이 곧 국정 철학의 반영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관계에서는 재정기획관에 누가 임명될지를 두고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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