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굴에 가려진 '6월 항쟁도'…"안내판 설치하자"

입력 2017-06-07 11:12   수정 2017-06-07 11:52

담쟁이덩굴에 가려진 '6월 항쟁도'…"안내판 설치하자"

민주동문회 최근 동아대에 공문 보내…경희대·전남대는 벽화복원 추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부산 동아대 민주동문회가 학내 건물 외벽에 방치된 '6월 항쟁도'를 재조명하는 작업에 나섰다.

동아대 민주동문회는 최근 동아대 총장실과 부산 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 6월 항쟁도 안내판 설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동아대 승학캠퍼스 교수회관 앞 벽에 길이 30m, 높이 3m로 그려진 6월 항쟁도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1년 뒤인 1988년 6월 15일부터 두 달간 제작됐다.

학내 그림 동아리인 '열린그림마당'이 6월 항쟁 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사망한 이태춘 열사와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고 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린 벽화다.

2007년에는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항쟁도를 지우려고 하자 부산 민주항쟁기념사업회·부산 민족미술인협회, 대학생 등이 반발해 논란이 일었다.

이후 학교 측에서 벽 위에 담쟁이를 심어 현재는 6월 항쟁도 대부분이 담쟁이덩굴에 가려진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민주동문회 측은 "6월 항쟁도는 전국에서 몇 안 되는 대학 벽화 중 6월 민주항쟁을 소재로 한 민중미술"이라며 "사회학적, 미술 사료적 가치가 충분해 안내 표지판을 제작해 알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동문회 측은 우선 안내판을 설치한 뒤 빛바랜 벽화를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6월 항쟁도 제작에 참여했던 박경효(50·85학번) 씨는 "철거 논란을 거듭했던 6월 항쟁도가 안내판 설치 추진을 계기로 공론화돼 복원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아대 측은 "벽화 안내판 설치는 총학생회 등 학내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봐야 할 문제"라며 "외국 출장을 간 총장이 귀국하면 공문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대학 건물에 대형 벽화가 남아있는 곳은 동아대를 비롯해 경희대, 전남대 정도다.

경희대 청년벽화복원추진위원회는 1989년 문리대학 벽면에 6월 항쟁을 기념해 그려진 가로 11m·세로 17m 크기의 벽화에 대한 복원 작업에 나서 오는 9일 공개 행사를 연다.

전남대 민주동우회 역시 1990년 5·18 광주민중항쟁 10주년을 맞아 사범대 1호관 건물에 그린 '민중항쟁도'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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