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공정위가 내용 발표 말고 삼성이 공시하도록 협의하라고 해"
이재용 재판서 행정관 증언…"공정위 불쑥 발표, 시장 충격 우려"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 고리 문제 해소 방안을 잠정 결정했을 때 청와대에서 발표 시점을 미루라고 한 건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5년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근무한 A 행정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증언과 특검 수사 결과에 따르면 A 행정관은 2015년 10월 공정위 실무진으로부터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A 행정관은 이를 당시 최상목 경제금융비서관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경제수석실은 공정위에 '먼저 발표하지 말고, 삼성이 처분 계획과 함께 공시할 수 있도록 협의하라'는 취지의 피드백을 줬다고 그는 진술했다.
이와 관련, A 행정관은 "제가 그런 내용을 넣어서 최상목 비서관에게 보고했고, 그 내용대로 아마 최 비서관이 수석님(안종범 당시 경제수석)과 협의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A 행정관은 이런 내용을 기재한 이유로 "공정위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발표하는 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었다. 주식 시장에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보다는 삼성이 '블록 딜(시간 외 대량매매)' 등을 통해 투자자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해결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삼성이 공시하는 게 맞는다고 봤다"며 "(공정위에) 비공식적으로 그런 부분을 관리해달라며 미안하다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A 행정관은 두 달 뒤인 12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삼성 측 법률대리인인 B 변호사를 두 번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 변호사는 두 번째 자리에서 공정위 처분 결과의 문제점을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A 행정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삼성 측 변호사에게 '저에게 이런 설명하실 필요가 없다'고 완곡하게 말했다. BH(청와대)가 이런 일과 관련해서 부처에 세세히 지시하지 않는다는 말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특검 수사에 따르면 A 행정관은 이후 공정위 실무진에게 전화해 "500만주로 결론 낼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A 행정관은 이 부분에 관해 "그 전에는 고리 부분을 깊이 살피지 않았는데 내용을 검토해보니 논란이 될 수 있었다"며 "되도록 경제적 실질을 고려해 판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검이 이날 "B 변호사의 이야기를 듣고 공정위 실무진에게 500만주 처분이 가능한지 물어본 것이냐"고 묻자 "B 변호사 말이 계기가 됐을 수는 있다"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공정위는 삼성물산 주식 1천만주가 아닌 500만주만 처분해도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A 행정관은 이 같은 결정을 최상목 당시 비서관과 함께 보고하자 안 전 수석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