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주인은 국민"…직접 커피 따르고 시민과 셀카
靑 계급장·받아쓰기·사전결론 없는 '3無 회의' 정착
국민들 '신선'·'감동적' 긍정 반응…'이미지 정치'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한 달을 정의하는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는 '파격'이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겸손한 자세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문 대통령은 적어도 이 약속만큼은 기대 이상으로 지켜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임 대통령들과는 전혀 다른 문 대통령의 탈권위 행보는 취임 당일부터 화제가 됐다.
국회에서 취임선서를 마친 뒤 차에 오르기 전 여야 지도부와 당직자는 물론 일반 시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휴대전화로 '셀카'를 찍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며 신선한 '충격'을 준 것이다.
이런 장면의 이면에는 경호의 수위를 낮추고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당부한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11일 전남지사 퇴임 기자회견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주영훈 경호실장이 곤혹스러워할 정도로 '경호 좀 약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관저가 정비되기 전까지 홍은동 사저에서 출근할 때마다 주민의 '셀카' 요구에 일일이 응하는가 하면 청와대에 견학 온 어린이들을 보고 차에서 내려 먼저 인사를 건넨 것, 사인을 받을 노트를 가방에서 꺼내는 어린이를 가만히 기다려준 것도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해석됐다.
이런 파격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신념 때문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행사의 의전을 개선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장관 등 내빈이 대통령을 맞이했지만, 이제는 대통령과 해당 행사에서 상징성을 띤 분들이 나란히 입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대변인은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고 해당 행사를 여는 것도 상징성을 띠는 분들의 뜻을 기리고 축하·애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문 대통령의 옆자리는 4부 요인 대신 목함지뢰 사고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이 차지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관계에서도 격식보다는 소통을 중요시했다.
취임 이튿날인 청와대에서 신임 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한 문 대통령은 테이블 앞에 앉으며 재킷을 벗자 이를 받으려는 직원에게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재킷을 입지 않은 채로 한 손에는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하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의 분위기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파격'과 '소통'이란 기조는 청와대 회의에서도 유지됐다.
지난달 25일 비서동인 여민관 내 집무실에서 열린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마치고 청와대는 이날 회의가 '계급장, 받아쓰기, 사전 결론'이 없는 '3無 회의'였다고 설명했다.
'노타이' 차림으로 모인 문 대통령과 참모들이 손수 커피나 차를 타 먹고 격의 없이 토론하는 모습은 문 대통령이 강조해 온 '소통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회의 풍경은 한달이 지나며 정착되는 분위기다.
언론과 직접 소통하려는 모습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외에 춘추관에서 직접 기자들을 만난 적이 극히 드물었다.
문 대통령은 인선 발표차 한 달동안 춘추관을 세 번 찾았고 그 중 한 번은 '각본 없이' 질문을 받기도 했다.
현재까지 이어진 문 대통령의 '파격'에는 대부분 호평이 따른다.
그러나 새 정부의 성과가 이를 받쳐주지 않거나 '소통 행보'가 문 대통령 개인의 '보여주기'에만 그친다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유용화 한국외대 초빙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탈권위'가 정부 전체의 조직 문화를 바꾸고 생산성을 높인다면 국정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미지 정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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