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업무지시도, 추경도 모두 일자리 행보…청와대엔 일자리 상황판
공정임금·생활임금 등 고용의 질 제고도 노력…공공부문 비대화 등 우려도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김수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월 11일 통계청은 '4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고용률 등 일부 지표의 개선에도 실업 관련 지표는 일제히 악화했다.
실업자 수(117만4천 명)와 청년층 실업률(11.2%)은 4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1분기 성장률(전기 대비)이 6분기만에 1%대(1.1%)에 올라섰지만, 체감경기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고용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고민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모든 정책의 시발점으로 '일자리 창출'을 내세웠다.
일자리 문제만큼은 보수와 진보, 여와 야는 물론 세대 간에도 이견이 있을 수 없어 임기 초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기에도 적합하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1호 업무지시도, 추경도…文정부, 일자리 행보 '잰걸음'
취임 첫 한 달을 돌아보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기간 내내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했고 실제 취임 이후 이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다.
취임 당일인 지난달 10일 1호 업무지시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당면한 일자리 상황을 점검하고 당장 개선 방안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설치를 지시했고, 청와대 내에 기존 경제수석 외에 일자리 수석직을 신설했다.
첫 외부 공식 일정도 일자리 챙기기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인천국제공항을 방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24일에는 대선 공약대로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지표 14개, 노동시장과 관련한 경제지표 4개 등 18개 지표로 구성된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대통령이 매일같이 직접 고용시장을 점검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동시에 살펴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아울러 취임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일자리 살리기에 속도를 붙였다.
지난 5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올해 추경안은 11조2천억원 규모로 공무원 1만2천명을 포함한 공공부문 일자리 7만1천개, 민간 일자리 3만9천개 등 11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자리는 민간 부문에서 생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기업 이익 둔화, 구조조정 등으로 민간 부문의 고용 창출력이 약화했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고용주'가 돼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겠다는 취지다.
공무원 추가 채용이 공공부문의 비대화, 향후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해 경찰, 소방관, 근로감독관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되거나 인력이 부족한 분야 공무원으로 한정했다.
이외에도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제로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폐지 여부 검토 등 일자리 질을 높이고 이전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일자리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지난달 24일 "제가 일단 약속을 지킨 것"이라면서도 "이 약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걸 통해서 나오는 성과, 실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일자리 행보를 거듭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 일자리가 해법이라지만…공공부문 비대화 등은 우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 정책에 '올인'하는 배경에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자리 잡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가계소득을 늘려 경제 성장을 이룩하고, 동시에 불평등도 해소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가계소득이 늘어나면 소비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기업 매출이 늘어 투자로 연결된다. 이는 다시 고용 확대를 불러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큰 뼈대다.
소득주도성장은 대기업 위주로 전체 파이를 키우면 모두가 살기 좋아질 것이라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반성에서 출발한다.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는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 확충이 선결조건이다. 문재인 정부가 1호 정책으로 일자리 추경을 편성, 여소야대의 험지인 국회로 보낸 배경에는 이같은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추경안은 '마중물'이라는 표현처럼 일자리 살리기를 향한 문재인 정부의 첫걸음이자 앞으로의 일자리 정책의 예고편에 해당한다.
일자리 정책의 청사진을 담은 공약집에는 추경 등을 통한 일자리의 양적 확대 뿐 아니라 질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담겨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대졸-고졸 간 지나친 임금 격차를 줄이겠다는 공정임금제, 2020년까지 최저임금(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생활임금제 공약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챙기기 드라이브는 그러나 벌써부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약은 지키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수정할 것은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대표적이다. 무리하게 밀어붙여다가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경 등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이 공공부문에만 의존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당장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인건비 등 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제도나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나 여론 수렴 등의 충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오준환 선임연구원은 "방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여러 정책이 집중적으로 실행되면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2vs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