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집어삼킨 3대 공룡…멀티플렉스 시대 명암

입력 2017-06-07 16:10   수정 2017-06-07 19:16

극장가 집어삼킨 3대 공룡…멀티플렉스 시대 명암

3대 멀티플렉스 스크린 점유율 98% 육박

영화시장 확대 견인…"스크린 독과점 심화"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1998년 국내 극장가에 멀티플렉스 시대를 연 CJ CGV가 개관 19년 만에 누적 관객 10억 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한 극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보여준다는 취지로 출발한 멀티플렉스는 국내 영화산업의 양적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 등 영화시장의 구조적 폐단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 극장의 스크린 수는 2016년 총 2천379개로 전체 스크린 수의 97.9%에 육박했다.

3대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점유율은 2013년 90%에서 2015년 92.2%, 2016년 97.9% 등으로 매년 확대돼 멀티플렉스가 아닌 극장은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3대 멀티플렉스의 매출액 점유율 역시 2016년 97.1%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CGV의 점유율이 4년 연속 약 50%로 가장 높았다.

1998년 국내 첫 멀티플렉스인 CGV강변이 개관한 이후 하나둘 늘어난 멀티플렉스는 국내 영화관람 문화를 180도 바꿔놓았으며, 국내 영화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데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외식과 쇼핑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멀티플렉스는 영화관의 고급화를 선도하고 영화 외에도 다양한 최신 문화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컬처플렉스'로 진화하면서 관객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 '스크린X', 오감체험특별관인 4DX 등 최신 기술이 적용된 특별상영관을 선보이면서 영화관람의 질도 향상시켰다.

CJ CGV가 개발한 스크린X는 극장 정면과 좌우 벽면까지 3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멀티프로젝션 상영관으로 국내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로까지 적용 영역을 넓혔고,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바람이 부는 등 다양한 효과를 제공하는 4DX 상영관 역시 꾸준히 확대돼 연간 100편 이상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멀티플렉스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멀티플렉스를 보유한 대기업이 제작과 투자, 배급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모든 과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독과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형배급사와 멀티플렉스가 시장 논리에 따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대작에 개봉 첫날부터 스크린을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 현상이 심화하면서 중소 규모의 영화나 독립영화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하나의 스크린이라고 하더라도 관객이 잘 들지 않는 시간대엔 소위 '작은 영화'를 걸고, 중요 시간대에는 대작을 배치하는 이른바 '퐁당퐁당(교차) 상영'도 멀티플렉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일별 상영횟수 1위 영화에 배정된 좌석이 당일 전체 좌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 날은 30일로, 전년도(14일)에 비해 크게 늘어 '스크린 독과점' 상황이 심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멀티플렉스가 관객에게 영화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스크린 몰아주기로 선택의 폭을 오히려 좁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작년에는 대기업 상영-배급 겸영 금지, 스크린 독과점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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