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덕 예술감독 취임 후 첫 안무작…28일 국립극장서 개막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과거의 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모던하게 재탄생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영화 같은 무용극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국립무용단이 6월 28일~7월 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 '리진'은 조선 시대 궁중 무희 리진의 이야기를 담은 무용극이다.
국립무용단이 '그대, 논개여'(2012)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무용극인데다가 작년 10월 취임한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첫 안무작으로 이목을 끌고 있다.
김 예술감독은 7일 국립극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전 무용극과는 전혀 다른 작품, 무용극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은 최근 전통춤의 현대화 작업에 초점을 맞춘 '향연', '묵향' 등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무용극 부분에서는 여전히 이렇다 할 작품을 남기지 못했다.
국립무용단이 그간 야심차게 내놓은 '도미부인', '그대, 논개여' 등과 같은 무용극이 다소 밋밋한 드라마와 고루한 이미지 등으로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진 못했다.
이번에 선보일 '리진'은 이전 무용극과 다른 "3세대 무용극"이 될 거라는 것이 김 예술감독의 설명이다.
드라마와 무용수들의 연기를 강조해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으며, 전통춤을 재료로 하지만 세련미와 동시대성을 추구한다.
"국립무용단 초대 단장인 송범 선생님이 마련했던 레퍼토리들을 1세대, 국수호·조흥동 선생님 등이 보여줬던 신화나 굿을 소재로 만들었던 무용극을 2세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3세대 무용극은 한국 춤의 움직임 자체를 상당히 모던하게 다듬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입니다. 때로는 뮤지컬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연기적인 요소도 강조됩니다. 여성 무희의 삶을 다룬 서양의 고전 발레 '라 바야데르' 등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관객들은 아마 이전 무용극과는 분명 다른 지점을 발견하실 겁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도 "새 무용극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며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발레단 등에서도 좋은 작품이 연일 나오고 있는데, 훗날 국립무용단이 무용계의 부흥기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소리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리진은 1890년대 초 조선에 주재했던 프랑스 공사 이폴리트 프랑뎅이 쓴 저서 '앙 코레'(1905)에 등장하는 인물. 실존과 기록의 진위에 대한 논쟁이 남아있지만, 김탁환(2006), 신경숙(2007)의 동명 소설로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졌다.
무용극에서는 조선 최고의 무용수 리진의 삶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리진과 함께 궁중 무희로 자라며 권력에 대한 욕망을 키워온 '도화'라는 가상의 인물도 설정해 드라마를 강화했다.
리진은 국립무용단 무용수 이의영과 이요음이, 도화는 박혜지와 장윤나가 번갈아 맡는다.
이요음은 "리진과 도하의 이야기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살아온 저희 무용수들의 이야기와 닮았다"며 "옛 추억을 많이 떠올리며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지는 "도하는 욕심과 질투가 많은 캐릭터"라며 "사실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욕망을 숨기면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도하라는 인물을 통해 대신 드러내 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 역시 새 무용극의 스타일에 적응하기 위해 땀방울을 쏟고 있다.
장윤나는 "무용단과 무용극이 동시대성을 갖추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하는 것처럼 무용수들도 현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움직임과 정서 등을 현시대에 맞게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무대 디자이너 정승호가 제작한 곡선 형태의 거대한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을 무대 세트로 사용한다. 음악은 작곡가 김성국이 맡았다. 서양악기를 중심으로 조선 시대 가창 음악인 정가 등을 활용한다.
2만~7만원. ☎02-2280-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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