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형 집행정지된 천수이볜(陳水扁·66) 전 대만 총통이 다음달 7일 법원 심리를 앞두고 또다시 공개활동을 벌여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대만 연합보(聯合報) 등에 따르면 신병 치료를 위해 가석방된 천 전 총통이 전날 저녁 가오슝(高雄) 대동문화예술센터에서의 음악회에 참석했다.이날 연주된 20곡 중 4곡이 천 전 총통이 작사한 곡이었다.
매체들은 천 전 총통이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의료팀이 동행했으며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거절한 채 미소만 보였다고 전했다.
아들 천즈중(陳致中)은 음악회가 끝난 후 페이스북에 "오늘 밤은 정치는 없었고, 음악과 사랑만이 있었다"고 썼다.
천 전 총통은 2015년 파킨슨병 등 병세 악화에 따라 치료를 위해 가석방돼 자택에 기거해왔으며 외부 행사 참석 때 교도소 측의 허가가 필요하다.
타이중(台中) 교도소측은 천 전 총통이 정치 활동 및 연설, 언론매체 접촉을 금지하면서도 음악회 참석을 허가했다.
교도소 측은 "음악회는 정치활동이 아닌데다 연주곡 중에 그가 작사한 곡이 포함돼 심리치료에 도움이 되고 음악회 장소가 병원과 인접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천 전 총통은 지난달 19일 민진당 계열의 한 재단 행사에 참가해 사전 녹화한 자신의 축사 연설장면을 상영하고 여러 정치인들과 접촉해 사실상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벌여왔다.
이에 따라 천 전 총통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면서, 그에 대한 특별사면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만 주간지 징저우칸(鏡週刊)은 천 전 총통이 스위스 계좌에 동결된 현금 3억 대만달러(312억원 상당)와 1억 대만달러 상당의 보석 75개 등을 인출해갈 수 있다며 우려했다.
징저우칸은 그동안 차이잉원(蔡英文) 정권이 천 전 총통에 대한 사면 타당성을 검토하면서도 스위스 계좌자금 문제가 난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오즈펑(高志鵬)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천 전 총통이 매번 외부 공개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사면 문제가 제기된다"며 "추가 혐의에 대한 최종 판결이 이뤄진 뒤에야 사면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오 위원은 이어 "다수가 천 전 총통의 특별 사면을 원치 않고 있는 만큼 총통의 사면권을 행사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전 총통은 다음 달 7일 법원에 출석해 국가기밀 유출, 위증교사, 국무기금 남용 등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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