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윤석열 발탁해 순혈주의·서열 파괴…'돈봉투' 감찰로 기강 잡기
인적 쇄신 이후엔 법무부 문민화·검사장 축소·검찰권 분산 본격 추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방현덕 기자 = 당선 전부터 '개혁 1순위'로 검찰을 지목한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한 달간 검찰의 급소인 '인사'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왔다.
이는 별도 수사기관 신설·검찰권한 분산 등 대대적 구조 개혁에 앞서 검찰 조직을 다잡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인사 태풍'은 아직도 상륙 전이라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취임식 다음 날인 5월 11일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에 법조 경험이 없는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앉히면서 개시됐다.
사정기관 '콘트롤 타워'인 민정수석에 비(非)검찰 출신을 앉힌 것은 사실상 지난 정권의 청와대-검찰 밀월 관계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검찰은 '충격'에 빠졌다.
문 대통령이 5월 19일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중 좌천된 윤석열(57·사법연수원 23기)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끄는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하자 검찰 조직은 또다시 술렁였다.
직전 이영렬(59·18기) 지검장보다 기수가 한참 낮은 윤 검사의 임명은 서열 파괴뿐 아니라 소위 '정치 검사'들에 대한 모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풀이됐다.
불과 단 두 차례의 인사 조처에 불과했지만, 검찰 조직은 근래 보기 드문 충격파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검찰 핵심 요직인 '빅2'로 불렸던 이 전 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전 검찰국장의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을 전격 지시하며 기강 잡기에 나섰다.
법무부와 검찰은 20일간 감찰 끝에 지난 7일 차기 총장 후보군이던 이 전 지검장과 '우병우 사단' 의혹을 받은 안 전 국장을 스스로 잘라내야 했다.
검찰 안팎에선 공석인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임명과 함께 고등검사장들의 줄사표뿐 아니라 검사장·차장·부장검사에 이르는 대대적 '물갈이'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문 대통령이 저서 등에서 검찰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인적 쇄신을 강조한 점에 비춰 정치적 논란을 부른 수사를 지휘한 검사들에게는 '직격탄'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적 쇄신이 끝나면 현재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다뤄지는 법무부 탈검찰화 방안·검사장 수 축소 등도 테이블 위에 오르게 된다.
또 대선 공약이자 가장 굵직한 구조 개혁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도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사-기소 분리 이후 제기될 수 있는 '경찰권 남용' 우려에 대비해 제도·조직 개편안 마련에 착수했다.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경찰행정 관련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경찰위원회 위상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경찰위원회를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으로 두고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높이는 방안, 위원회에 경찰청장·지방경찰청장 인사권과 경찰청 감사권 등을 주는 등 권한과 독립성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선 수사경찰만의 인사관리체계 마련, 상관의 부당한 수사개입 차단을 위한 이의제기 절차 법제화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 개정으로 경찰도 영장청구권이 부여될 가능성에 대비해 영장업무 기준을 명문화하고, 일선 수사라인 과·계·팀장 등 관리자급이 의무적으로 교육받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경찰은 새 정부가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인권경찰' 확립 방안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집회·시위 현장에 차벽과 살수차 무배치 원칙, 직무집행과 관련한 '인권영향평가' 도입, 피의자 조사시 영상녹화·녹음 의무화, 수갑 등 경찰 장구 사용지침 보완 등도 논의 중이다.
수사권 조정 정국에서도 최근 일선 경찰관이 시민을 용의자로 오인해 폭행하거나 성매매를 하는 등 물의를 빚은 사례가 발생한 터라 경찰이 어떤 개혁방안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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