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지시 통해 '개혁 드라이브'…인사는 '개혁·탕평 코드'
여소야대 정국서 84%까지 치솟은 국정수행 지지율로 순항
사드·여야정 협치 허들 지혜롭게 뛰어넘는 게 과제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이상헌 김승욱 박경준 기자 = "나라다운 나라의 첫발을 뗀 한 달이었다고 자평해봅니다."(청와대 고위관계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로 취임 30일째를 맞는다.
헌정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에 따른 궐위 선거를 통해 '인수위 없이' 국정의 키를 잡은 문 대통령은 지난 한 달간 '준비된 대통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인선을 직접 발표한 것은 국민을 향해 국가지도자가 직접 소통하고 책임지는 문재인 호(號)의 출항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특히 임기 초반 '개혁'의 방향과 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정권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비상한 상황인식 속에서 문 대통령은 대선 이튿날부터 준비된 어젠다를 하나둘 씩 구체화하는 '속도전'을 펼쳐왔고 이는 국민 대다수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에 따라 임기 초 국정 표류가 불가피할 것이란 항간의 우려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는 장기간 이어져 온 국정 공백을 단숨에 메우고 새 정부 운영의 기초를 다지는 데 있어 '연착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국정운영의 틀을 안정적으로 다졌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검증 부실로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선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긴요한 야당과의 '협치'는 여전히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고 외교적 난제 역시 만만치 않은 형국이다.
문 대통령이 달려온 지난 한달을 관통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개혁'과 '통합'이었다. 구시대적 적폐를 확실히 청산하지 않고는 이념과 세대, 지역을 아우르는 진정한 통합이 어렵다는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특히 우선순위는 개혁에 놓여있었다. 검찰과 군(軍), 국가정보원과 같은 권력기관을 수술대에 올렸고 '4대강'과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문제 등의 핵심적 개혁과제들을 직접 챙겼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밝혀온 개혁 구상을 대통령의 고유한 행정권한인 '업무지시' 형태로 내놓으면서 구체화해나갔다.
취임 첫날인 지난달 10일 1호 업무지시인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국정교과서 폐지·'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지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셧다운'을 통한 미세먼지 응급감축 ▲세월호 참사 희생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등이 차례로 발표됐다.
문 대통령은 이 기간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를 듣고자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했고 미세먼지 문제로 걱정하는 초등학생과 부모를 만나는 현장 행보로 각 개혁과제의 진정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단순한 개혁 공약의 구체화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 감찰 지시, 4대강 정비 사업 정책 결정 과정 전반 감찰 지시 등은 우리 사회의 개혁을 넘어 문 대통령이 규정해 온 적폐를 바로잡는 과정의 신호탄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기조를 담은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인사 역시 '개혁 코드'를 담아 진행됐다.
검찰 내 '빅4'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장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윤석열 검사를 발탁하고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재벌 저격수'로 불린 김상조 전 한성대 교수를 지명한 인사 등이 대표적이다. 서훈 국정원장의 기용은 국내 정보담당관제 폐지를 비롯해 대대적인 국정원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에서 고전할 것이라던 예측과 달리 문 대통령이 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데에는 우호적인 국민 여론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6월 1일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라고 물은 결과(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84%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일련의 개혁조치들은 문 대통령이 국정의 궁극적 지향점으로 제시하는 '통합'에 맞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배경과 출신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겠다는 '탕평인사' 원칙에 따라 국민통합의 가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대선 경쟁자였던 안철수 전 후보를 도운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하는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라 불린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를 초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임명한 것이 단적인 예다.
취임선서 당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저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저의 국민"이라고 했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인선이었다.
문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좌와 우를 아우르는 '보훈정책'을 강조함으로써 단순히 '보훈'을 넘어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탈이념적 국민통합을 지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문 대통령 초기 국정운영에 국민이 높은 점수를 주는 요인이다. 특히 온·오프라인으로 '국민인수위'를 설치해 국정운영의 아이디어를 국민으로부터 직접 구하겠다는 구상 등도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은 상식적으로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이어서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을 만하다"며 "인사나 개혁과제 등도 일정한 계획 속에 잘 관리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든 문 대통령에게 발등의 불은 조각과 청와대 참모진 인사다. 잇따른 수석비서관급 하차에 국무위원 인선이 인사검증으로 난항을 겪고 있고 있는데다 인사청문회를 고리로 한 야당의 공세도 치열한 형국이다.
여권의 삼각 축인 당·정·청이 정책 면에서 일체감 있게 보조를 맞추는 것 역시 과제다.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는 '여야정 국정 협의체' 구상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최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외교안보 현안에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 것도 숙제다.
국내에서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진영 간 이견이 감지되고 있지만 미국은 물론 주변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대외적인 이슈를 놓고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신 교수는 "국내 문제와 달리 상대가 있는 외교·외치 문제가 어떻게 될지가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 등을 어떻게 슬기롭게 푸느냐가 새 정부 초기의 가장 큰 숙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r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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