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 애국가에 갈채 안긴 안익태, '논개'로 터키와 재회

입력 2017-06-08 05:55   수정 2017-06-08 11:17

반세기 전 애국가에 갈채 안긴 안익태, '논개'로 터키와 재회

안 선생 몸담았던 터키 프레지덴셜심포니, 수교 60주년 콘서트서 애국가·논개 연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1961년 12월의 어느 밤, 터키 수도 앙카라의 오페라하우스는 이스메트 이뇌뉘 총리와 제말 귀르셀 대통령 등 터키 정관계와 군부, 외교단으로 가득 찼다.

모두 터키 프레지덴셜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한국환상곡'의 개막 공연을 보기 위해 그 자리에 모였다.

그날 연주의 지휘자는 프레지덴셜심포니를 이끄는 마에스트로 안, 바로 한국환상곡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이다.

당시 현장에 함께 한 외교관 백상기씨는 저서에서 그날의 감동을 이렇게 기술했다.

"연주가 끝나고 지휘자가 구슬땀을 흘리며 관중에게 인사를 할 때 장내는 터져나가는 환호의 기립 박수 소리가 끝날 줄 몰랐다. 총리도 대통령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관중과 같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은 안익태 선생을 로열박스로 초청해 연주가 환상적이었다고 격찬하면서 가능하면 이스탄불, 이즈미르 등에서도 공연해 주기를 요청했다."

대통령의 요청대로 안 선생은 이스탄불과 이즈미르에서도 연주회를 했고, 터키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국과 터키의 인연 가운데 6·25 전쟁 참전이나 2002년 월드컵 경기 외에도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안 선생은 1961년 2월부터 1년간 터키 대통령실 소속 프레지덴셜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를 지냈다.

그가 터키 프레지덴셜심포니의 지휘자로 활동했을 무렵 탄생한 곡이, 임진왜란 때 적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들어 산화한 논개의 의거를 담은 교향시 '논개'다.

그로부터 55년이 흐른 7일(현지시간) 밤, 안 선생은 '애국가'와 교향시 '논개'로 터키 청중과 재회했다.

안 선생이 몸담았던 터키 대통령 심포니오케스트라는 전용 공연장에서 한국인 성기선의 지휘, 피아니스트 한유니와 협연으로 안 선생의 두 곡을 연주했다.

'수교 60주년 기념 한국·터키 우정의 클래식 공연'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콘서트에는 조윤수 주(駐)터키 대사, 에르신 에르친 터키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미카일 아르슬란 정의개발당(AKP) 의원, 시벨 외즈데미르 공화인민당(CHP) 의원 등 양국 인사와 앙카라 시민, 한인들이 참석했다.

한국대사관은 이날 연주에 앞서 "안 선생이 한국 국가를 작곡해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고 소개하고, "1961년 터키 대통령 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특별한 인연을 강조하고자 이번 우정의 콘서트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터키 청중은 친숙한 시벨리스우스나 파가니니의 곡보다 처음 접한 교향시 '논개'에 가장 뜨겁게 호응했다.

연주회 후 조윤수 대사는 "나라사이 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정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 국민의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안익태 선생의 곡에 호응하는 청중을 보니 터키에서 한국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더욱 힘써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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