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폭탄증언 '아전인수'식 해석…민주당은 '대선 때 앙금' 남아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김연숙 기자 =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7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요구받았다는 등의 충격적인 증언을 내놓으면서 워싱턴 정가가 폭풍에 휩싸였다.
8일부터 열리는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코미 전 국장이 어떤 육성 증언을 내놓느냐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과 탄핵론까지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코미의 증언을 제각각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면서 각자 유리하게 정치적 계산을 하는 듯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FBI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 이메일 사건 수사와 관련해 코미 전 국장과 '앙금'이 남아있는 민주당은 다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메일 수사 당시 코미 국장을 맹비난했던 민주당으로서는 입장이 바뀌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격돌을 불사하고 있는 코미를 이제는 편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어떻게 해석되느냐에 따라 여전히 유·불리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는 혼란스럽고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고 NYT는 해석했다.
상원 정보위의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오리건) 의원은 "코미 전 국장과 여러모로 맞는 점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한 시점을 보면 뭔가 냄새가 풍긴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과거의 일(클린턴 이메일 수사)에 집착하지 말고 흔들리지 않을 반(反) 트럼프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마틴 하인리히 상원의원(뉴멕시코)은 "청문회를 통해 이 정권이, 그리고 대통령이 FBI 국장의 일을 어떻게 방해했는지 대중에게 알려주고자 한다"면서 "코미의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FBI의 일상 업무를 방해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상원 정보위에서 민주당 간사를 맡은 마크 워너(버지니아) 의원은 "러시아 문제를 앞에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뱉은 발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화당은 코미의 증언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사실로 입증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NYT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켄터키) 의원이 "민주당이 그토록 비난하던 코미의 해임에 왜 반대하느냐"고 딴죽을 건 대목을 소개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대놓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했다.
로나 맥대니얼 전국위원장은 코미 증언이 공개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맞았다는 것 아니냐"며 "코미 증언은 대통령이 조사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의 대결은 온라인에서도 치열하다.
공화당은 공식 트위터에서 망원경을 든 남성의 사진과 함께 "코미의 성명에서 중요한 게 있나 찾아봅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민주당 소속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부지사는 이를 비꼬며 '덤빌 테면 덤벼 봐'라는 취지의 '맞트윗'을 보냈다.
트럼프 지지 단체인 '위대한 미국 동맹'(Great America Alliance)은 코미 전 국장은 국익 수호보다 정치에 몰두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하는 디지털 광고를 시작했다.
위대한 미국 동맹의 공동의장 에릭 비치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미의 행동이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주고 있다"며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인한 사실을 인정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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