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슬럼프 지속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가 '테니스 전설' 앤드리 애거시(미국)를 코치로 영입하고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 8강에서 탈락했다.
조코비치는 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단식 8강전에서 도미니크 팀(7위·오스트리아)에게 0-3(6<5>-7 3-6 0-6)으로 완패했다.
1세트에서 두 차례 세트포인트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기선을 제압당한 조코비치는 2세트부터는 팀의 상승세에 거의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조코비치가 메이저 대회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고 패한 것은 2013년 윔블던 결승에서 앤디 머리(영국)에게 당한 0-3(4-6 5-7 4-6) 패배 이후 약 4년 만이다.
또 메이저 대회에서 한 세트 0-6 패배를 당한 것은 2005년 US오픈 1회전 가엘 몽피스(프랑스)에게 4세트를 0-6으로 내준 이후 약 12년 만이다.
이날 조코비치를 꺾은 팀이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을 위협할 새로운 클레이코트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는 해도 조코비치의 완패는 그만큼 충격적이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연달아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때만 하더라도 세계 남자 테니스계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 가는 듯했다.
'4강'을 이루던 로저 페더러(5위·스위스)는 나이가 30대 중반을 넘었고, 나달은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역시 쇠퇴에 접어들었다는 평이 많았다.
머리(1위·영국)가 그나마 조코비치의 아성에 도전할 만한 선수로 평가를 받았지만 당시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던 조코비치에게 다소 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지난해 7월 윔블던부터 갑자기 내림세로 돌아섰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지난해 윔블던 3회전에서 샘 퀘리(28위·미국)에게 졌고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1회전에서 짐을 쌌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였던 US오픈 결승에서는 스탄 바브링카(3위·스위스)에게 패했다.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조코비치가 한 해에 열리는 메이저 4개 대회는 물론 올림픽까지 석권할지도 모른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말 그대로 '호들갑'에 그쳤다.
조코비치는 올해 첫 대회였던 1월 카타르 엑손 모바일오픈에서 우승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이후 7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말에는 프랑스오픈을 준비한다며 애거시를 새 코치로 영입했는데 이번 대회 결과로는 효험을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의류 후원사도 유니클로에서 라코스테로 교체한 조코비치는 팀에게 패한 뒤 "애거시와 함께한 것은 7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부진 이유는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주위에서는 조코비치가 지난해 프랑스오픈을 정점으로 사실상 세계 테니스계를 평정, 동기 부여의 강도가 약해졌다거나 2014년 결혼하고 아빠가 된 그가 훈련 외에 챙겨야 할 사생활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흘러나온다.
1987년생으로 올해 30살이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로 기량이 쇠퇴할 때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최근 몇 달간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일단 이 대회를 마친 뒤 다음 단계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고민해보겠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는 "톱 랭커들은 이런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어서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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