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미얀마·에티오피아서 봉사·인턴 경력 쌓은 'ODA 전문가'
(프놈펜<캄보디아>=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어렸을 때부터 다른 나라와 다른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해외에 눈을 돌렸다. 강원도 철원에서 자라 성장하고 덕성여대를 졸업한 서성희(여·32) 씨. 그는 막연한 동경심을 구체화하기 위해 길을 찾던 중 국제개발협력학을 전공하면 세계를 누빌 수 있다는 생각에 미국으로 날아가 관련 학과가 있는 보스턴대 대학원에 유학했다.
생각한 대로 기회는 찾아왔다. 아니 계속해서 기회를 만들어갔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그는 쫓기기라도 하듯 정신없이 해외를 돌아다녔다. 아프리카 케냐, 아시아 서남부 미얀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등지에서 시민단체(NGO)가 펼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청년 인턴으로도 근무했다.
지금은 KOICA가 마련한 다자협력관(KMCO)으로 파견돼 유네스코(UNESCO) 캄보디아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오는 2018년 1월까지 1년간 교육팀에서 활동한다. 현지 초등학교 교사 역량 강화 사업 및 기술 교육 관련 업무를 지원할 예정이다.
7일 프놈펜의 한 식당에서 만난 그에게 대뜸 "어렸을 때의 호기심이 이제 풀렸느냐"고 물었더니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사는지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아직 똑 부러진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과 문제들에 직면하면서 부족함을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크고 작은 경험들은 나름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취업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한국의 청년들을 위해 그동안 해외에서 터득한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요청에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나름의 의견을 풀어냈다.
"해외 취업이 일자리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서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저로서도 매번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늘 도전이었고,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기대와 달랐던 현실을 접하며 실망도 했고, 저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끼며 좌절도 했죠. 불투명한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결국 지나고 나니 매 순간순간이 엄청난 배움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전'에서 오는 경험이 경험이 기대치에 못 미치거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전혀 실패가 아니고 오히려 다음 도전에 밑거름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전하려는 청년들에게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태도를 취하고, 취미 생활을 하나쯤 갖고 있어야 지루함이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2009년 케냐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대학원 재학 시절 2개월 동안 그는 케냐에서 짧은 인턴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국제개발협력 현장을 직접 목격했고 '협력'의 중요성도 배웠다고 한다.
"당시 중상층 가정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매일 빈민촌의 작은 아동기관으로 출퇴근을 했어요. 그러면서 보았던 것은 깔끔하게 정리된 부촌과 달리, 안전하고 위생적인 생활 환경을 위한 최소한의 인프라조차 없는 빈민촌이었죠. 모든 길이 비포장이고, 상하수도 시설이나 쓰레기 처리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이 전무했습니다. 기본 시설이 없다 보니 우기에는 빈민촌의 위생 상태가 더 열악해졌고, 이런 상황을 반복하는 곳에 주민과 어린이들이 살고 있었던 것이죠."
인턴을 하는 동안 어떻게 하면 이런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을지를 고민한 끝에 기본적인 인프라의 구축도 시급하지만 제대로 된 인프라를 구축하고 그것을 잘 유지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그것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역사회, 주민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다. 그 때의 짧은 경험이 그를 국제개발협력에 천착하게 했고, 앞으로도 그 일을 계속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당면 과제로 KMCO의 계약을 연장하고 나서 파트너십에 집중해 관련 경력을 더 쌓아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또 '미래에 무엇을 하겠다'라고 쓰지는 말라고 당부하면서 대신 "직업과 상관없이 무슨 일을 하든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주어진 하루하루에 집중해서 살아가는 것이 장기적인 미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5개월 정도 캄보디아에서 살아본 그는 앞으로 이 나라에서는 '향상된 기술을 갖춘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의 수요를 고려했을 때 전문적인 기술을 갖춘 청년들을 양성할 수 있는 분야에 진출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쓰레기 및 하수 처리, 분리수거 관련 사업이나 투자가 진행된다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고 캄보디아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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