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가구 비중 31.3%, 최초로 전세가구 넘어서
1·2인 '미니 가구'가 55%…서울시민 60% "아파트 살고 싶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에 사는 30대의 절반 가까이가 월세 주택에서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을 갖고 있던 50대도 처분하고 월세로 내려앉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경기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가운데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고,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주거형태가 빠르게 월세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가 8일 발표한 '2017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의 주택 소유 형태 가운데 월세 비중은 31.3%였다.
2003년 서울서베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월세가 전세 비중(26.2%)을 넘어섰다.
자가주택 비율은 42.1%로, 꾸준히 40% 초·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월세가 늘고 전세가 줄어드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진다.
특히 30대에서 월세 거주 비율이 높다.
지난해 서울 거주 30대의 45.6%가 월세 주택에 살고 있었다. 1년 새 4.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05년 조사 때 19.4%였던 이 비율은 10년 새 2.4배 뛰었다.
경제 활동의 중추를 담당하는 30대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전셋값이 뛰자 아예 빚을 내 집을 산 자가주택 거주 30대는 24.8%로 2015년(12.0%)보다 배로 늘었다.
한쪽에선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요원해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저금리 기조를 틈타 과감히 집을 산 것이다.
빚을 진 30대의 81.8%가 주택구매·임차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2010년 조사(62.7%) 때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50대도 5명 중 1명은 월세 주택에 산다.
50대 월세 비율은 2015년 13.8%에서 지난해 22.4%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자가주택 비율이 61.6%에서 52.7%로 낮아졌다.
변미리 서울연구원 글로벌미래센터장은 "지금까지는 50대의 가장 큰 보유 자산이 집이었다"며 "경기가 나빠지면서 집을 팔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50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로, 가구 규모가 축소된 것도 월세 가속화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29.9%, 2인 가구가 24.9%로, '1∼2인 미니 가구'가 54.8%였다.
서울시에서 1인 가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관악구(44.9%)다. 중구(37.8%), 종로구(37.5%), 광진구(36.9%) 등 1인 가구가 30% 이상인 자치구는 모두 12곳이다.
연령별로 따져보면 25∼34세 청년층의 1인 가구 비중이 29%로 가장 높았다.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시민은 여전히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후 희망하는 거주 형태를 조사해보니 61.1%가 아파트, 24.2%는 단독주택을 희망했다.
특히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파트 키드'가 많은 30대는 75.2%가 아파트 거주를 희망하고 있었다. 전 연령대 중 비율이 가장 높다.
서울서베이는 서울시민이 느끼는 삶의 질, 주거, 교육 등 주요 생활상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가 매년 하는 조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 한 달간 서울시 거주 2만 가구와 외국인 2천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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