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단체 '안전공간' 제공 요구…주정부 측 "수용 불가"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일부 청년 무슬림 지도자들이 감시받는다는 두려움 없이 청년 무슬림들이 자신들의 분노나 좌절을 토로할 수 있는 '안전공간'을 요구하고 나섰다.
호주의 '빅토리아 이슬람위원회'(ICV)는 "무슬림 젊은이들은 심적으로 더 과중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빅토리아 주정부에 이들을 위한 공간 제공을 요구하는 제안을 최근 주의회에 제출했다고 호주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이 단체는 제안에서 무슬림 젊은이들은 일터나 학교에 가는 데, 일자리 지원에, 거리에서 자유롭게 걷거나 스스로 원하는 것을 입는 데, 두려움 없이 믿음을 실천하는 데 자유를 제한받는 일상의 위협에 처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 무슬림들이 감시 걱정 없이 많은 문제들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고, 이곳에서는 선동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들조차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제출됐다는 소식에 "세금 투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론이 쏟아지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라디오방송 3AW의 진행자인 톰 엘리엇은 그런 제안에 세금을 쓰는 것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아마도 가장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엘리엇은 "사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세금이 들어가면서도 용인되지 않은 말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공간이 생기면 지하드(성전)를 위한 새로운 인력 충원 공간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빅토리아 주정부도 난색을 표시했다.
빅토리아주 대니얼 앤드루스 주총리는 "서방이나 우리가 믿는 가치를 조롱하도록 하는 것은 안전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그런 제안은 의도와는 달리 젊은 무슬림들을 더 급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빅토리아주 다문화장관인 로빈 스콧도 "이 생각은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잘 못된 것"이라며 "어떤 환경에서라도 그런 구상에 대테러 자금을 돌리는 것은 지지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단체의 아델 살만 부회장은 "우리는 극단적인 견해를 표현하도록 광분하는 공간을 원하는 게 아니라 재단하지 않고 많은 감정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공간을 원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극우성향의 폴린 핸슨 연방상원 의원은 이번 제안에 대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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