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카타르 단교 등 트럼프 외면한 국제현안 찾아 동분서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미국을 대신해 국제사회의 새로운 중재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에서 7일(현지시간) 총격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하자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대책을 논의하는 등 기후변화·카타르 단교 등 국제현안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전통적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속에 나온 것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란 국영방송 IRIB에 따르면 이날 테헤란의 국회의사당과 호메이니 묘역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총격과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13명이 숨지자 마크롱과 로하니 대통령은 전화통화를 하며 대책을 논의했다.
이란 대통령실 하미드 아부탈레비 국제문제 담당 차석보좌관은 "양국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테러와의 전쟁에서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런 마크롱의 대응은 테헤란 테러의 희생자에게 애도를 표하면서도 이란이 '테러 지원국'이라는 점을 들어 가시 돋친 말을 한 트럼프 대통령과 묘하게 대비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 테러 후 발표한 성명에서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나라들은 스스로 만든 악(evil)의 수렁에 희생자들을 빠트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히며 이란을 우회해 공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8개국이 '테러자금 지원' 의혹을 빌미로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단절하자 중동지역 안정을 강조하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6일 셰이크 타밈 빈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군주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와 잇따라 통화하며 "걸프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은 7일에도 셰이크 타밈 카타르 군주와 살만 사우디 국왕,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연이어 통화하며 카타르와 중동 국가들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프랑스 대통령궁은 이와 관련해 마크롱 대통령이 중동 국가 간의 대화를 모색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단교' 사태에 대해 마크롱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국가들이 잇따라 카타르와의 단교를 선언하자 "사우디 국왕과 50개국 지도자를 만난 사우디 방문이 이미 성과를 내는 것을 보니 기쁘다"며 이번 사태가 자신의 중동순방 성과라고 자축해 빈축을 산 바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자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주요 국제현안에서 발을 빼려는 트럼프의 공백을 메울 지도자로 마크롱에게 기대를 거는 시각도 관측되고 있다.
마크롱은 미국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인 파리기후변화협정의 탈퇴를 지난 1일 선언하자 이에 맞서 기후변화 대응의 수호자를 자처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한 후 전화통화를 하며 "파리협정에 관해 그 어느 것도 재협상 될 수 없다"며 프랑스가 나서 미국의 리더십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마크롱의 급작스러운 부상이 미국의 이익만을 강조하며 전 세계의 분노를 산 트럼프 대통령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몽테뉴 연구소의 외교정책 전문가인 도미니크 모이시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멋져 보이게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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