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택 "총리가 행정권 갖고 대통령이 견제하도록 개헌해야"

입력 2017-06-08 11:28   수정 2017-06-08 13:46

강원택 "총리가 행정권 갖고 대통령이 견제하도록 개헌해야"

이정우 "줄푸세 철학은 틀린 진단…재분배·복지 통해 성장해야"

6월항쟁 30주년 기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심포지엄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대통령 중심제인 현행 헌법을 고쳐 총리와 내각이 행정권을 보유하고 대통령은 견제 역할만 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6월항쟁 30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최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심포지엄 '6월 항쟁과 촛불혁명, 한국 민주주의'에서 발표를 맡아 이처럼 주장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대통령 권한을 약화하거나 분산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합의가 마련됐다고 전제하고 어떻게 대통령의 권한을 나눌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통일·외교·국방 등 외치(外治)를 담당하고 그 이외의 내치(內治)는 총리가 맡는 식의 이원정부제는 외치와 내치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가령 개성공단 문제는 북한과 관련되니 외치로 분류될 수도 있고, 경제 정책의 하나로 보아 내치로 분류될 수도 있어 대통령과 총리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강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과거 윤보선 대통령과 장면 총리의 불화·갈등이 2공화국 몰락의 한 원인이 됐다고 언급하면서 제도적으로 이런 갈등이 빚어지지 않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기본적으로 총리와 내각에게 행정 집행권을 주고 대통령에게는 이를 견제하는 권한을 부여한 민간단체 대화문화아카데미의 헌법 개정안을 언급하고는 "대통령의 권한 배분과 관련해 이런 접근방식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대통령제가 대통령에게 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의회가 견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면 여기서는 이를 역으로 적용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정책 운영에 간여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지만 국가 원수로서 정치적 갈등을 풀거나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 계획을 구상하는 것은 가능하도록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중앙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분산해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와 같은 정치체제 변화를 위해서는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경쟁자의 출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정당법·선거법 상 규제를 대폭 푸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부문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가 '성장-분배 논쟁과 경제민주화'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소위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운다)' 철학에 빠져 부자 감세, 규제완화를 강조했으나 이는 근본적으로 틀린 진단'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과 양극화의 늪에 빠진 채 장기간 고전하고 있다"며 "선성장후분배의 낡은 철학으로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재분배, 복지를 통한 성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복지지출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정책을 들었다.

사회 부문 발표를 맡은 이시재 가톨릭대 명예교수는 "한국 시민사회 발전은 촛불 시민운동에서 보여준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실현하는가에 달렸다"며 전자 민주주의를 통한 직접민주주의, 육아·양로·출산 등 생활영역의 공공화, 거버넌스(민관협치)를 비롯한 참가형 체제 구축 등을 과제로 들었다.

comm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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