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지구적 정의란 무엇인가·레비나스 철학의 맥락들

입력 2017-06-08 11:43  

[신간] 지구적 정의란 무엇인가·레비나스 철학의 맥락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 지구적 정의란 무엇인가 = 존 맨들 지음. 정승현 옮김.

롤스의 '정의론'을 연구해온 저자가 지구적 차원의 정의가 실현되는 '현실적 유토피아'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했다.

그가 지구적 정의를 찾고자 하는 이유는 국가, 민족, 종교, 지역에 따라 추구하는 정의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1998년 세르비아는 코소보에서 이른바 '인종청소'를 단행하면서 알바니아계 주민을 사살했는데, 이를 제압하려 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더 많은 희생자를 만들었다.

저자는 특정한 종교나 문화에 뿌리를 둔 지구적 정의는 세계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내세운다. 모든 사람은 공통적으로 기본인권을 누릴 자격과 이를 존중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인권을 거부할 집단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권력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나라에 대해서는 내정 문제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는 한편 부유한 나라는 인권 차원에서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까치. 296쪽. 1만8천원.

▲ 레비나스 철학의 맥락들 = 강영안·김정현 외 지음.

'타자와 윤리의 철학자'로 불리는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1906∼1995)의 사상을 국내 학자들이 소개하고 분석한 글을 모은 책.

유대인이었던 레비나스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모두 잃었다.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타자를 동일자(나)로 환원해 인간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상실한 서구의 존재론을 비판했다. 이후 전체성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타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은 레비나스 사상의 두 축이 됐다.

저자들은 레비나스 사상이 현대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을 설명하고, 데리다나 바디우 철학과의 비교를 시도한다.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레비나스 철학이 지니는 의의와 한계를 연구한다.

강영안 서강대 명예교수는 "일상의 현상을 들여다보고 생각하는 법을 레비나스에게서 배웠다"며 "그는 걱정이나 불안 이전에 내 앞에서 주어진 것을 누리고 즐기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존재 방식이라고 봤다"고 말한다.

그린비. 320쪽. 2만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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