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법방해죄' 탄핵사유 될까…전문가 갑론을박

입력 2017-06-08 11:58   수정 2017-06-08 16:09

트럼프 '사법방해죄' 탄핵사유 될까…전문가 갑론을박

"다른 참석자 내보낸 것이 문제…트럼프 기소 가능성 커졌다"

"압력과 방해는 다르다…천박하고 멍청하다고 기소할 수는 없어"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7일(현지시간) 공개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서면증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방해'(obstruction of justice) 의혹을 입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법방해란 미 연방법에 규정된 범죄행위로 법 집행기관의 사법 절차에 부정하게 영향을 미치거나,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나 르윈스키 성추문 스캔들에 휘말렸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직면했던 중대 범죄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 정계는 코미 전 국장의 발언이 전부 사실이라면 이는 중대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력을 넣었다는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이와 같은 사법방해죄 성립 요건에 해당하느냐다.

CNN 방송의 선임 법률분석가인 제프리 투빈은 CNN '뉴스룸'을 통해 "이게 사법방해가 아니라면 무엇이 사법방해인지 잘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코미 전 국장이 서면증언을 통해 ▲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라는 '구름'을 걷어내 달라고 요구한 점 ▲ 트럼프 대통령이 2월14일 회동에서 단둘이 대화하기 위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등 다른 참석자를 내보냈다는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라고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이 전했다.

전직 법무부 고위 관료인 마이클 젤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국장과의 독대를 요구했다는 사실은 문제가 있다"며 "법무장관까지 내보낸 것은 숨은 의도가 있고 뭔가 부적절한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점점 기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방검사 출신의 줄리 오설리번 조지타운대 로스쿨 교수는 AP통신에 "코미 전 국장과의 대화 전에 다른 참석자를 내보냈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하려는 행동이 문제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법방해의 증거로는 불충분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전직 연방검사인 앤드루 매카시는 CNN을 통해 "사법방해의 필수요소인 '부정'이 빠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에게 수사를 끝내라고 명령하지 않았고 그에게 재량권 행사를 허락했다"며 "하급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사법방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로비스트인 데이비드 어번도 CNN에 출연해 "압력과 방해는 같은 것이 아니다"고 했고, 전직 FBI 고위관료인 앤드루 어리나는 AP에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은 부적절하지만, 범죄로 가는 문턱을 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AP에 따르면 조너선 털리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코미 전 국장의 서면증언 중 어떤 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 수사를 방해해 법을 위반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며 "천박하거나 멍청하다고 해서 기소를 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코미 전 국장의 증언과 무관하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고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CNN 법률분석가인 스티브 블라덱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 전 국장의 대화 내용이 아니라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대한 불만으로 코미 전 국장을 잘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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