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등 한여름 대목 앞둔 삼계탕·닭갈비 골목 '찬바람 쌩쌩'(종합)

입력 2017-06-08 13:52   수정 2017-06-08 17:12

초복 등 한여름 대목 앞둔 삼계탕·닭갈비 골목 '찬바람 쌩쌩'(종합)

점심시간에도 썰렁…재료비·인건비·임대료 걱정에 '한숨'

방역 당국 "인체감염 한 건도 없어…가열해 먹으면 '안전'"

(전국종합=연합뉴스) "조류인플루엔자가 주로 겨울에 발생했잖아요. 그런데 이번엔 달라요. 한여름 대목이 코앞인데 장사를 망치게 생겼어요."

전국 곳곳에서 AI가 발병하자 닭·오리고기 식당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여름 대목을 앞두고 모임 예약은 줄줄이 취소됐고, 발 디딜 틈이 없었던 가게는 텅텅 비어 업주들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전주시 완산구에서 삼계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60대 업주는 "AI 발생 보도가 지난 3일 나오자마자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전화로 '삼계탕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 손님이 많고 예약도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삼계탕을 드시러 온 손님도 AI를 생각하며 찝찝해하신다"며 "자주 오는 단골손님은 별다른 말이 없지만, 정성껏 만든 삼계탕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손님들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고 토로했다.

수차례 AI 여파로 홍역을 치른 익산 시내 삼계탕집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역에서 맛집으로 꼽히던 어양동의 한 삼계탕 전문점은 연말 연초 단체석은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붐볐지만, 이번 AI 파동 직후 예약이 확 줄었다.

업주 김모(64)씨는 "AI가 발생할 때마다 큰 타격을 입었는데 그때는 상대적으로 삼계탕 수요가 없는 겨울이어서 버틸 만했다"며 "올해는 AI가 초여름에 발생하는 바람에 한여름 대목을 망치게 생겨 임대료와 인건비 등 걱정이 태산"이라고 푸념했다.


강원 춘천을 대표하는 명소인 '명동 닭갈비 골목'의 철판도 차갑게 식었다.

지난 7일 낮 12시. 얇은 빗방울이 떨어진 닭갈비 골목은 입구부터 정적이 감돌았다.

골목에 들어서자 몇 걸음도 채 안 돼 '임대' 현수막이 내걸린 닭갈비 업소가 눈에 들어왔다.

명동 닭갈비 골목에는 20여 곳의 닭갈비 업소가 있으나 이날은 '첫째 주 수요일'인 탓에 골목 한쪽 업소들은 셔터를 내렸다.

상인들은 1년 전부터 매달 첫째·둘째 주 수요일에 번갈아가며 휴업한다. 닭갈비 골목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짜낸 궁여지책이다.

그런데도 점심시간에 골목을 찾는 사람은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시내 곳곳의 다른 닭갈비 업소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한 상인은 "육계(식용 닭) 농가에서는 AI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AI만 터지면 닭고기 소비를 꺼리는 탓에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넋두리했다.

전망은 어둡다. 지난 AI 사태를 겪으면서 닭갈비 1㎏당 가격은 8천원 안팎에서 9천원 안팎으로 이미 1천원 가량 올랐다. 상춧값도 오를 일만 남았다.

현재 춘천 지역 닭갈비 전문 업소는 290여 곳이다. 막국수 업소를 하며 닭갈비까지 파는 곳을 합치면 340여 곳에 달하고 사정은 엇비슷하다.

자영업자들은 "닭과 오리를 살처분한 농가는 일부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는 보상은커녕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어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AI 바이러스는 열에 약해 75도 이상에서 5분만 가열해도 사멸돼 가열하면 전염 가능성이 없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시기에 굳이 닭과 오리고기를 먹어?'란 마음에 대체 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축 폐사율이 높은 고병원성 AI가 수차례 발생했지만, 인체감염은 한 건도 없었다"며 "충분히 가열한 닭·오리음식은 먹어도 안전하므로 소비자들은 동요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박영서 김동철 기자)

sollens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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