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 출간한 황석영 "작가는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

입력 2017-06-08 13:48  

자전 출간한 황석영 "작가는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다"

"화살처럼 한 길로 달려와…작품과 인생 합치시키려고 노력"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작가는 누구나 언어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해방될 수도, 놓여날 수도 없습니다. 작가에게는 그 자체가 억압입니다. 그런 모든 억압과 속박으로부터 놓여나고 싶어하고 사회적 요구와 역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갈망하는 것입니다."

자전 '수인'(囚人)을 출간한 소설가 황석영(74)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지난 시절이 감옥에 있는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작가로서, 개인으로서 한반도에 살면서 갈망했던 자유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며 "제목을 바꾸면 '자유란 무엇인가'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수인'은 황석영이 유년시절부터 베트남전쟁 참전, 광주민중항쟁, 방북과 망명, 이어진 옥살이까지 생애를 정리한 책이다. 1990년대 5년간의 수감생활과 감옥 바깥에서 지낸 시간을 번갈아 서술했다.

작가는 "감옥을 현재로 놓고 들락날락하면서 시간을 교직했다"며 "작가로서 평생 자유를 추구했지만 늘 자유롭지 않은 인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을 내면서 비로소 출감한 것 같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하지만 진정 석방됐는지는 모르겠다"고도 했다.

"옆을 보지 않고 한 길로 달려오기만 했죠, 화살처럼. 하루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 제 자신도 상처를 많이 입었지만 주변에도 많은 상처를 남겼을 겁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얼마나 부족한 친구이자 선배였는지 뒤늦게 성찰했습니다."

수인은 2004년 일간지에 연재한 자전적 소설 '들판에 서서 마을을 보네'를 대폭 개작한 것이다. 당시 소설은 유년시절에서 시작해 작가가 해남으로 내려간 1976년에서 연재를 중단했다. 자전은 이후 광주민중항쟁을 지나 수감생활이 끝나기까지 20여 년의 기록을 보탰다.






작가는 책에 대해 "해방 이후 한국전쟁부터 우리 민초들이 살아온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 겪은 일 중 5분의 1쯤 표현했고 나머지 5분의 4는 시간 속에 가라앉아버렸다"며 "석방 이후 20여 년과 앞으로 남은 세월은 제 몫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 기록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인'은 집필과 개고를 몇 년간 미루다가 6·10 항쟁 30주년에 맞춰 세상에 나오게 됐다. 작가는 5·18 광주민중항쟁의 전말을 담은 일종의 백서인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1985) 개정 작업도 지난달 마무리해 출간한 바 있다. 작가는 "87년 체제는 구세력과 타협의 산물로 확보한 형식적 민주주의 체제다. 광주민중항쟁에서 시작한 여정이 6월항쟁으로 일단 마감하고 민주사회가 출발하는데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현재 촛불 이후 새로운 출입구에 와있다"고 진단했다.

작가는 파란만장한 삶을 되돌아보며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건 문학"이라고 했다.

"문학이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여곡절도, 착오도 많았지만 엇비슷하게는 작품과 인생을 합치시키며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문학은 나의 집이었고 집을 떠나있을 때도 언제나 문학이라는 집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캄캄한 밤에도 저 멀리서 반짝이는 불빛처럼 나를 끌고 왔습니다."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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