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사 압력 여부에 대한 폭탄 증언을 하기 직전 후임 FBI 국장에 지명된 크리스토퍼 레이 전 법무부 차관보는 워싱턴 정가의 엄중한 상황을 반영해 인준 과정에서 전례 없이 엄중한 검증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선거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가 FBI 국장이었을 당시 레이 차관보는 법무부 범죄수사국장이었다. 코미 전 FBI국장은 당시 법무 부(副)장관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레이 전 차관보를 후임 FBI 국장에 지명함으로써 이들 3인은 향후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과정의 중심인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레이 국장 지명자는 워싱턴 법조계에서 비교적 신망 있는 법률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코미 국장의 해임으로 정치 외풍에 휘말린 위기의 FBI를 정상화할 적임자로 지적되고 있다. 평소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성격이나 법의 원칙과 독립을 신봉하는 원칙주의자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후임 FBI 국장의 자질에 관한 일반의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다. 전임 코미 국장의 전례가 있는 만큼 과연 후임 국장이 트럼프 같은 무원칙주의자들의 파상 공세에 과연 얼마나 맞서 독립을 지켜낼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도 7일 사설을 통해 레이 지명자에 대한 철저 검증을 주문했다. 특히 후임 FBI 국장이 앞으로 '업무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으로부터 심각한 압력에 직면할 것이니만큼' 통상적인 고위관리들보다 엄중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법무부에서 함께 일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와의 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FBI 국장의 역할과 그의 임명권자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견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최근 그의 정치스캔들 관련 송사에서 레이 지명자가 변호를 맡았다.
WP는 이어 레이 지명자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FBI 국장 지명 전 앞서 코미 전 국장에게처럼 그에게 '충성'을 요구했는지 여부와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특히 '러시아 내통 의혹 조사'에 대한 대화가 있었는지 여부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그가 대통령에 모종의 약속을 했음을 인정하거나 이에 대한 답변을 거부할 경우 상원은 그의 인준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WP는 촉구했다.
아울러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나 측근, 백악관 직원들이 관련된 수사를 중단하도록 요청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미 전 국장의 '폭발적인' 의회 증언과 맞물리면서 레이 지명자는 FBI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해 FBI 사상 전례 없는 철저 검증에 직면하게 됐다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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