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판 4대강 사업' 뛰어들었다 수백억 날린 수자원공사

입력 2017-06-11 07:00  

'태국판 4대강 사업' 뛰어들었다 수백억 날린 수자원공사

건설사에 소송 제기해 입찰비용 정산 마무리

태국사업 손실액 380억원…동남아 진출 위해 손실비용 청구 안 해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한국수자원공사가 '태국판 4대강 사업'으로 불리는 태국 물관리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예산만 날리고 사업을 접었다.

수자원공사는 2012년 태국 정부가 발주한 물관리 사업 국제 입찰에 참여했다가 사업이 중단돼 38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오히려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가 추진할 새로운 물관리 사업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손실비용도 청구하지 못한 채 저자세로 일관하다 380억원의 국부만 유출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11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업체에 소송을 제기해 태국 물관리 사업 입찰비용 5억원을 넘겨받았다.

태국 물관리 사업 입찰수수료 30억원을 분담하기로 했던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에 미납금을 청구해 모든 정산을 마친 것이다.

이로써 수자원공사가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 추진한 최대 해외사업 중 하나인 태국 물관리 사업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수백억원을 날린 채 최종 마무리됐다.


공사는 2012년 최대 11조5천억원에 이르는 태국 통합 물관리 사업 국제입찰에 참여, 방수로와 저류지 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 이상 수주가 확정되는 듯했다.

이 사업은 2011년 대규모 홍수 피해를 겪은 태국 정부가 차오프라야강을 비롯한 25개 주요 강의 물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태국판 4대강 사업으로 불렸다.

당시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 첫 해외 수출"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2014년 5월 쿠데타를 일으킨 태국 군부가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고, 2015년 9월 태국 군부로부터 물관리 사업 입찰 보증서를 돌려받으면서 사업이 백지화됐다.


피해는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컨소시엄 참여 기업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수자원공사는 태국 총리에게 사업 재개를 요청하며 손실액이 380억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수자원공사 자체적으로 사업 입찰비용 40억원을 비롯해 인건비 등 모두 104억원을 지출했다.

컨소시엄에 참여 기업의 손실액은 27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날릴 위기에 처했지만, 공사는 태국 정부에 손실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

기존보다 규모가 더 큰 물관리 사업을 발주하겠다고 약속한 태국 군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대규모 물관리 사업 참여 명분은 기존 사업 실패에 따른 국내의 비난 여론을 막을 좋은 방패막이로 작용했다.

하지만 기존 사업이 중단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새로운 대규모 물관리 사업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태국의 불안한 정치환경을 고려하면 대규모 물관리 사업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태국 정부가 내부 사정으로 예전처럼 대규모 물관리 사업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태국 현지법을 따져봐도 실익이 없고, 동남아시장 진출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실 비용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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