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정책토론회서 김민환 교수 "지방 연대 통한 국가기념일 지형 변화"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4·3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제주의 시도가 성공하면, 유사한 성향을 가진 지방도시 기반의 국가기념일 연대를 통해 전체 국가기념일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8일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4·3특별위원회 정책토론회에서 김민환 한신대학교 교수는 '4·3희생자추념일의 지방공휴일 지정 그 당위성과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제주의 실험은 매우 소중하고 중요한 첫발을 내디디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우선 한국에서 국가기념일은 그 중요성에 따라 크게 3개의 위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등 3가지 법령을 참고해 첫 번째 공휴일인 국경일(삼일절·광복절·개천절·한글날), 둘째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제헌절) 또는 공휴일인 법정기념일(어린이날·현충일), 셋째 공휴일이 아닌 법정기념일 등으로 나뉜다고 봤다.
김 교수는 "4·3희생자추념일은 이러한 위계적 분류에 따르면 마지막인 '공휴일이 아닌 법정기념일'에 속한다"며 "4·3 정신을 전국화·세계화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그 위계에 있어 큰 아쉬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휴일인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인데, 이는 '국가기념일의 의미에 대한 전국민적인 합의 과정'과 '유사한 위계의 다른 국가기념일들과의 관계 정립',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안의 개정' 등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제약을 돌파해야 하는 지극히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김 교수는 4·3희생자추념일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휴일 지정을 목적으로 하되 실현 가능한 중단기적인 목적으로,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공휴일이 아닌 일부 국민(자격을 충족하는 국민 또는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근로자의 날'처럼 국민 일부의 자격을 기준으로 설정해 그 자격을 충족시키는 사람들에게만 휴일로 지정하거나, 특정 지역에만 휴일 혹은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것이다.
특정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이 깊이 투영돼 있는 국가기념일은 3·15의거기념일(창원), 4·3희생자추념일(제주), 5·18민주화운동기념일(광주) 등 3개 국가기념일로서 4·3희생자추념일의 경우 이 방식이 매우 유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4·3사건의 해결을 위해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제도적으로 더욱 공고히 하고, '화해와 상생·평화와 인권 정신'에 기반을 둔 제주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제주 4·3의 '정명(定名)' 문제를 해결하는 조그마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4·3희생자추념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하려는 제주의 시도는 주목할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광주나 창원 등 다른 도시에서도 유사한 시도를 할 것이라며 "유사한 지향을 가진 지방도시 기반의 국가기념일 연대를 통해 한국의 전체 국가기념일의 지형을 변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의 국가기념일 체제는 형식적 평등성에 기반해 기능적으로 나열돼 있을 뿐"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가치를 상징적이고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정형적이고 특징없는 국가기념일 체제에서 역사적 의미를 투영할 수 있는 특정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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