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아이들의 '빛' 루미네 수녀 8년 만에 방한

입력 2017-06-09 05:35   수정 2017-06-09 07:43

달동네 아이들의 '빛' 루미네 수녀 8년 만에 방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 도심 속 오지인 안창마을에서 21년간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아이들을 돌보다가 떠났던 루미네(75) 수녀가 8년 만에 정들었던 '고향'을 찾는다.


부산 동구와 범일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오는 10일과 16일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안창마을에서 '푸른 눈의 성녀', '열두 아이의 엄마'로 불렸던 독일 오스나브뤼크 출신의 루미네 수녀를 환영하는 자리다.

루미네 수녀와 안창마을의 인연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2년 천주교 부산교구 언양 본당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해 1979년 독일로 귀국한 루미네 수녀는 한국의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잊지 못해 1989년 다시 한국을 찾았다.

동구 사회복지관 간호사였던 수녀는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인 안창마을을 알게 됐다.

루미네 수녀는 이곳에서 허름한 판잣집을 구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세 살짜리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12명이 루미네 수녀와 함께 먹고 자며 가족처럼 생활했다.


아이들에게 수녀는 교사이자 엄마였다. 수녀는 한국말이 유창할뿐더러 '빛(루미네)'을 뜻하는 백광숙(白光淑)으로 한국식 이름도 만들었다.

무허가 건물에서 운영하는 공부방이 불법으로 규정돼 2009년 남태평양 마셜 군도로 선교활동을 떠나기까지 루미네 수녀는 21년간 안창마을에서 생활했다.

루미네 수녀는 공부방뿐만 아니라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알코올 중독자, 무기력하고 실의에 빠진 사람 등의 삶 속에서 자신을 낮추며 이름처럼 안창마을의 빛이 됐다.

루미네 수녀가 운영했던 공부방은 현재 20년 넘게 동구 범일동의 그룹홈 시설인 '우리들의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구는 10일 오전 10시 범일1동 주민센터에서 루미네 수녀의 방한을 환영하는 '우리들의 집' 지역 아동센터 25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감사 미사와 축사, 기념 영상 관람, 축하공연 순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 루미네 수녀는 8년 만에 안창마을을 찾는 소감을 밝힐 예정이다.

범일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는 오는 16일 오후 4시 루미네 수녀 기념관에서 주민 3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방한 환영행사를 개최한다.


주최 측과 주민은 루미네 수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감사 시화를 전달하고 지역 아동센터 아동 40여 명이 직접 만든 '푸른 눈의 어머니 루미네 수녀를 기리며' 뮤지컬 공연을 선보인다.

동구는 2015년 12월 루미네 수녀를 위해 안창마을에 기념관을 지어 수녀의 옛 사진과 책 등을 전시하고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루미네 수녀의 방한이 추진됐지만 선교활동 일정 문제로 불발됐다가 이번에 성사됐다.

루미네 수녀는 2주간 한국에 머무를 예정이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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