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정의' 내걸고 복지 강화 약속하나 민심 못 얻어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지지율 등락이 극적이다.
지난 1∼2월 마르틴 슐츠 전 유럽의회 의장이 당의 간판으로 등장하면서 수직으로 상승했던 정당 지지도와 그의 개인 인기가 지금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이달 들어 포르자 등 독일 주요 전문기관 5곳이 발표한 정당지지율은 23∼27%였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은 38∼39%였다.
사민당이 기민기사연합을 추월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헛된 것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민당은 그러나 최근 들어 선거사무를 지휘할 사무총장을 바꾸는가 하면 9월 총선 공약인 '더 많은 정의'를 앞세워 복지 강화 청사진을 내놓고 반전을 시도하고 나섰다.
지난 7일(현지시간) 슐츠 당수는 같은 당 소속 안드레아 날레스 노동부 장관과 함께 '연금 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는 2030년까지 가더라도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현 수준인 48%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재 사회보험금 포함 평균임금의 약 19%인 보험료율이 같은 기간 22%를 넘지 않도록 했다.
사민당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며 근로한 노동자가 은퇴할 경우 받는 연금이 기초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게끔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이미 날레스 장관은 이른바 '날레스 개혁안'을 통해 2045년까지 가더라도 소득대체율이 46% 미만으로 낙하하지는 않게끔 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위해 보험료는 2045년 24.9%로까지 높일 것이라고도 했다.
노동부는 애초에는 2045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41.6%로 내려가고 보험료율은 23.6%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었다.
연금 이슈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 독일의 최대 관심 의제 중 하나다. 연금 수급자만 2천만 명이다.
그러나 정치학자 우베 윤은 "정의가 사민당의 핵심 브랜드라고 보기는 하지만, 유권자들과 관계가 있는 다른 주제들을 찾아내야 한다"라고 지적하며 사민당의 연금 플랜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고 했다고 rbb 인포라디오가 보도했다.
나아가 쾰른에 있는 독일경제연구소(DIW)의 마르셀 프라처 소장는 "더 많은 세수가 연금에 흘러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후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의미가 된다"라며 세대 간 부담 전이의 문제를 제기했다.
사민당은 이에 앞서서도 실업급여 지급 연장 등 복지 강화 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표심을 얻으려 하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주목을 받지 못한 채 기민기사연합에 더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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