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당도 당분의 한 종류 불과…소비자 오도하면 안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결국 당분의 일종에 불과한 포도당(글루코스) 제품을 건강에 좋다는 식으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광고를 하면 안 된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8일(현지시간) 독일 식품업체 덱스트로 에너지가 자사의 포도당 제품을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처럼 광고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ECJ는 탄수화물과 당이 분해된 포도당도 당분의 일종에 불과하고 다른 당분보다 건강에 더 좋다는 근거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과도한 당분 섭취는 비만과 충치, 당뇨를 비롯해 여러 질병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업체 측의 주장은 당분 섭취를 줄이라는 EU의 공식 건강 지침들과도 상충하는 데다 당분의 좋은 점만 강조하고 건강에 해로운 점은 감춘 '모호하고 미심쩍은' 광고 내용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ECJ는 밝혔다.
이 업체는 '포도당은 (신진)대사에 기여한다" "포도당은 정상적인 근육기능에 기여한다"는 등 제품 설명 및 광고 문구 사용 승인을 2011년 EU의 행정부격인 집행위원회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 방송 등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자사 웹사이트에 "순수한 포도당은 뇌에 더 빨리 에너지를 공급해 즉각 인지력을 높인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시간 과격한 운동 등으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경우 포도당이 설탕보다는 조금 더 빨리 혈당을 높이는 효과는 있으나 별 차이가 없고, 근본적으로는 다른 당분과 마찬가지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또 오히려 흡수가 빠른 포도당으로만 너무 자주 섭취하면 해로울 수 있으며, 시판되는 제품엔 포도당만 아니라 과당, 전화당 등 다른 형태의 당도 들어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도 덱스트로를 비롯한 업체들의 캔디형, 마시는 젤 음료형, 정제형 등 다양한 형태의 포도당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유럽의 식품 관련 소비자보호단체인 '푸드워치'는 "현재 이 같은 광고와 관련해 분명한 법규가 없는 실정"이라며 "식품업체들이 수상한 건강 주장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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