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당·노동당 모두 단독 과반의석 확보 실패
메이 "지금 필요한 건 안정의 시기…제1당이 할 것"…연정 추구 시사
메이 총리직 위기…'하드 브렉시트' 추진 동력 감소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제1당을 차지하지만 과반의석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BBC 방송은 9일 새벽 전체 650개 선거구 가운데 550개 선거구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보수당 318석, 노동당 267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32석을 각각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대로 확정되면 보수당이 제1당은 차지하지만 과반의석(326석)에는 미치치 못한다.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liament)가 출현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테리사 메이 총리는 보수당 정부 출범에 나설 것임을 강력 시사했다.
메이 총리는 이날 개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 시점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나라에 안정의 시기가 필요하다"며 "지금 예측들이 맞는다면, 보수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얻고 가장 많은 표를 얻는다면 우리가 그 안정의 시기를 갖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게 우리의 의무일 것이다. 그게 바로 정확히 우리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메이 총리가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하거나 군소정당들과 정책합의를 통해 소수정부 출범을 시도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10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통합통일당(DUP)은 보수당과의 협력 의지를 밝혔다.
제프리 도널드슨 DUP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헝 의회가 되면 우리는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DUP는 보수당과 많은 부분을 공통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보수당과 DUP 의석수를 합치면 과반의석을 넘게 된다. 두 정당이 연정에 합의하지 않더라도 총리 불신임안이 발의될 경우 DUP가 반대표를 던지기로 약속하고 대신 예산 등 정책에서 발언권을 갖는 형태로 정책연합의 보수당 소수정부 출범이 가능하다.
반면 노동당 예비내각 에밀리 손버리 의원은 BBC에 연정은 배제했지만 자유민주당과 SNP 등 다른 정당들이 노동당 정책 지지를 바탕으로 노동당 소수정부 출범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제1당인 보수당이 정부 구성 우선권을 쥘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연정과 정책연합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보수당이 정부 출범을 성사시키는 것과 별도로 메이 총리는 당 안팎에서 거센 총리직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기총선은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앞두고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선거다.
메이 총리가 과반의석을 대폭 늘리는 데 실패한 데다 과반의석마저 잃은 데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메이 총리는 "이 나라의 국민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정부를 위해 길을 열어줄 때"라며 총리직 사퇴를 요구했다.
메이의 총리직이 흔들리면서 영국의 브렉시트 진로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에서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했지만 과반의석 상실로 이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줄어들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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