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내대표단 찾은 박원순, 덕담 후 '깨알 주문'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문재인 정부 요직을 맡은 박원순 시장의 '인재 풀'을 높이 평가하자 박 시장이 "로열티(수수료)는 없더라"며 농담을 던졌다.
민주당 윤후덕 민생부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 3번 징역을 갔는데 박 시장이 무료로 변론을 해줬다"면서 "로열티를 드려야 하는데…"라고 말해 장중 폭소를 터뜨렸다.
9일 오전 박 시장이 민주당 원내대표단을 예방한 자리에서 오고 간 환담이다.
한때 유력 대선주자로 손꼽히던 박 시장은 광역 지자체장으로서 중앙 정부에 다수 인재를 공급한 '생색'을 냈고, 우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이를 기분 좋게 받아들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시장에게 "서울시에서 박 시장과 손발을 맞춰 성과를 낸 유능한 인재들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재로 거듭났다"며 "박 시장이 혁신의 테스트베드자 인재 양성의 인큐베이터 역할까지 하고 계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을 비롯해 서울연구원장 출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을 했던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 등을 열거했다.
모두 박 시장의 전현직 '파트너'로서 새 정부 청와대 참모진에 합류한 인물들이다.
새 정부는 인재뿐 아니라 정책도 가져다 썼다.
우 원내대표는 찾아가는 주민센터, 보호자 없는 환자 안심 병원, 청년 구직 촉진 수당 등 서울시 복지정책뿐 아니라 미세먼지 대책, 도시재생 사업,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원전 줄이기 등을 새 정부 공약과 정책에 반영했다고 언급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 시장께서 이룬 서울시의 많은 혁신 성과가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의 마중물 혹은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서울시 혁신 정책이 문재인 정부를 만나서 대한민국 전체로 퍼져 모든 국민이 박 시장의 혜택을 보는 셈이 됐다"고 칭찬했다.
박 시장은 이에 "지난 6년 동안 서울시의 다양한 혁신 시도들이 검증됐고, 그와 함께 훈련된 인재들을 중앙 정부가 갖다 쓸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화답했다.
다만, 박 시장은 서울시의 여러 현안을 언급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국회에 원하는 바를 꼼꼼히 거론하며 '계산서'를 내민 셈이다.
"서울시에서도 할 얘기가 있다"며 운을 뗀 박 시장은 "서울시가 50개 넘는 외국 수도와 자매 도시를 맺고 공공외교를 하고 있는데, 부시장 1명 정도가 이를 총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 분권이 제대로 돼야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이 살아난다"면서 "서울시와 모든 지방정부의 예산을 다 합쳐도 중앙정부와 비교해 8대2밖에 안 된다. 국회가 제도적·입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민주당 원내 지도부 간의 면담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20여분 만에 끝났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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