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석사학위·전문분야 경력 갖춰라…kOICA·국제NGO 경험도 도움"
(비엔티안<라오스>=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국제기구에 취업하려면 영어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고, 석사학위와 현장 경험 5년 이상의 전문분야 경력이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보건, 안보, 식량, 환경 등 자기가 원하는 관심 분야를 찾아서 지원하면 됩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 라오스사무소에서 혁신담당 컨설턴트로 일하는 김택수(37) 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제기구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지금까지 국제기구에 들어오는 것을 '진출'이라는 말로 표현했는데 이는 괜한 환상을 불러올 수 있기에 '취업'이란 용어가 더 정확하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다만 영어 능력에 관해서는 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영어를 어느 정도 잘해야 하느냐'고 물어요. 그러면 떠듬떠듬 말해도 괜찮다고 답합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에 비해 못하는 것은 당연한 거잖아요. 여기 60여 명 중에도 영어를 모국어를 쓰는 직원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다들 똑같은 상황인 거죠. 영어를 못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면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모여 국제구호라는 하나의 가치를 실현해야 하는 곳이므로, 서로의 문화와 가치관을 이해해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어울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겨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민단체(NGO)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을 가끔 혼동할 수도 있는데, 이를 정확히 아는 것도 준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NGO는 마을과 마을을 다니며 주민들을 직접 만나 구호를 펼치는 것이지만, 국제기구에서는 중앙공무원들과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바꿔 나가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의 문화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거기에 녹아들어야 일할 수 있어요. 라오스의 경우는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거쳐야 할 절차가 많고 까다롭죠. 한국 스타일로 빨리빨리를 외치다가는 쉽게 지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일하는 패턴을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제기구에 들어가기 전에 갖춰야 할 덕목도 제시했다. 흔히 내가 주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데, 사실 수원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이 국제기구가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모르면 어렵게 취업을 해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그래서 국제기구와 NGO 둘 다 경험해 보라고 조언했다.
김 컨설턴트 역시 많은 경험을 했다.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광고홍보학을 배운 그는 처음에는 국제개발과는 거리가 먼 일을 했다. 미군부대에서 근무할 때 군무원이나 장교들이 미국에 와서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막연히 해외에 나가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첫 직장은 전공과 관련성이 있는 매일경제신문사였다.
세계지식포럼 사무국에서 환경, 안보 등 국제 현안 전문가를 초청하고 섭외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제개발을 알게 됐다. 그러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3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서울대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로 들어갔고 다시 영국 서섹스대로 유학을 떠났다. 인생 항로를 국제구호 쪽으로 완전히 튼 것이다.
유학 후 그는 아프리카 말라위로 날아가 한국 정부의 빈콘퇴치기금이 진행하는 보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2013년 12월부터 2년 동안 UNICEF 라오스 사무소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다자협력전문가(KMCO)로 근무했다. 이런 경력은 KMCO를 마치고 UNICEF에 취업하는 플러스 요인이 됐다. KMCO는 KOICA가 UNICEF를 비롯해 유엔개발계획(UNDP), 유엔교육과학문화전문기구(UNESCO) 등 국제기구에 1년간 파견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국제기구에 가고 싶다면 KOICA와 국제구호 NGO 등이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제기구 쪽에서 KMCO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있기에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아주 좋은 경험이고, 경력으로 남을 것입니다."
국제기구 생활에 얼마나 만족하는지가 궁금했다. 그의 연봉은 9천만 원 정도다. 세금을 전혀 떼지 않기에 '고액 연봉'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여보다는 하는 일에 더 보람을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건 및 영양 부서 안에서 개발을 위한 커뮤니케이션(C4D)과 이노베이션을 담당한다. 특히 예방접종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짠다. 효과적인 예방접종률 향상을 위해 글을 읽지 못하는 소수민족을 위한 시청각 자료를 개발했다. 라오스 보건부와 주기적으로 회의하고 담당 공무원들과 수립된 전략들이 각 지역에 전달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과 관리하는 것을 지원한다.
보건 및 영양 사업들이 지방정부 및 마을 단위까지 잘 전달이 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모바일을 활용한 보건 프로젝트(mHealth)도 진행 중이다. 모바일을 통해 마을 이장과 보건 요원이 매월 받은 서비스를 보고하는 방식인데 기존의 종이 방식 외에도 모바일 보고방식을 개발한 것이다.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국가 정책으로 입안돼 현장에서 바뀌는 것을 확인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라오스 보건국이 추진하는 국가전자보건전략은 제가 낸 아이디어입니다. 마을 주민이 휴대폰을 이용해 예방접종 여부를 보고하는 시스템인데요, 현재 9개 군에서 시범 사업으로 실시했기에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그는 과중한 업무와 문서작업 속에서도 가끔 지방 출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오면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늘 밝고 행복한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는 것도 UNICEF에서 일하는 매력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여유가 묻어났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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