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인은 노화지만 '스마트폰·태블릿PC' 사용 증가도 한몫
무조건 수술보다는 개인별 합병증 위험 잘 따져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백내장(白內障)은 우리 눈 속의 카메라 렌즈에 해당하는 투명한 수정체가 흐려진 상태를 말한다. 안개가 낀 것처럼 눈앞이 흐릿하게 보이며 시력이 감소하는 게 특징으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에 속한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입원 질환 가운데 가장 많은 게 백내장이었다. 또 백내장은 제왕절개수술, 치핵수술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받는 3대 수술 중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40∼50대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 연령대 환자만 보면 2012년 18만1천86명에서 2016년 22만3천6명으로 23% 증가했다.
노인성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높아져 60대의 60%, 70대의 70% 이상에서 발생한다. 반면 40대 이하의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백내장은 선천성이거나 당뇨병, 아토피성 피부염 같은 전신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또 외상, 스테로이드 약물의 장기 사용에 체내 대사 이상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백내장은 수정체의 혼탁이 진행될수록 시력이 감퇴하는 게 주 증상이지만, 초기에는 한쪽 눈의 시력만 먼저 저하되거나 매우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조기 자가진단이 쉽지 않은 편이다.
이외에도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기가 힘들거나 야간 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 색깔이 이전보다 바래 보이거나 노랗게 보이는 경우, 눈이 자주 부시고 불빛 주변에 달무리가 생기는 경우, 한쪽 눈으로 봤을 때 사물이 간혹 둘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날 경우에도 백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백내장이 더 진행되면 육안으로도 검게 보여야 할 동공의 색깔이 회색이나 흰색으로 변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말기 백내장의 경우에는 녹내장으로 인한 안통, 두통, 충혈, 시력장애가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세극등현미경을 이용한 안과의사의 외래진찰만으로도 쉽게 백내장 진단이 가능하다. 눈동자를 키우는 산동검사를 하면 백내장의 상태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백내장은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만으로도 병의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약물로 시력을 회복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맑은 시야를 되찾으려면 흐려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인공수정체를 넣어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백내장은 안경을 썼을 때 교정시력이 0.3 이하일 경우 수술을 권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같은 상태의 백내장이라도 75세 이상의 고령이면서 특별한 직업이 없다면 전신마취에 따른 부담이 있는 만큼 수술을 서두르기보다 상태를 관찰하는 편이 낫다.
또 눈에 염증이나 녹내장, 포도막염, 고혈압, 당뇨병 등의 질환이 있는 사람들도 합병증의 위험이 큰 만큼 수술에 주의해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과거보다 젊은 나이에 백내장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느는 추세다.
그 이유로는 무엇보다 서구화된 식생활습관이 꼽힌다. 당뇨병 등의 성인병이 증가하면서 그 합병증으로 더 젊은 나이에 백내장이 발병하는 것이다.
또 외부 활동 증가로 자외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컴퓨터의 등의 디지털 모니터 기계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눈을 혹사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백내장 수술방법의 발달, 노안과 백내장을 동시에 해결하는 다초점인공수정체 개발, 사보험 확산에 따른 금전적 부담 감소, 과잉진료 등도 수술이 많아지는 이유로 거론된다.
백내장 수술은 다른 수술에 비해 비교적 합병증이 적지만, 체내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감염에 의한 안내염이 발생할 수 있다. 이물감이나 충혈, 건조증, 눈부심, 야간의 시력차로 인한 어지러움 등은 수술 후 많은 사람이 느끼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백내장은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다만, 눈에 자외선을 차단하고 스마트폰, 태블릿PC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생활습관이 백내장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철 자외선은 파장에 따라 장파장(UVA)과 중파장(UVB)으로 나뉘는데, UVA는 수정체로 흡수돼 백내장을 유발하고, UVB는 각막으로 흡수돼 각막염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외출 시에는 UVB와 UVA를 모두 차단하는 선글라스나 보호안경을 써야 한다. 만일 부득이하게 자외선에 자주 노출됐다면 푸른 채소나 과일 등 비타민을 평소보다 많이 먹는 게 좋다.
또 40대부터는 안과병원을 찾아 최소 1년에 한 번 정도 안과 검진을 받고, 술·담배, 스트레스, 눈을 혹사하는 환경 등을 피하려 노력해야 한다.
(도움말 :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백내장센터 김병엽 센터장, 을지대학교병원 안과 이시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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