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플래닛, 기업평가 분석…중기, 임금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대기업에 뒤져
과중한 업무량은 대·중소기업 공통 불만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취업자들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낮은 연봉과 열악한 복지뿐만 아니라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 등 전 분야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기업정보 소셜미디어 잡플래닛이 직장인들이 남긴 기업 리뷰(평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복지·급여뿐만 아니라 업무·삶의 균형, 사내문화, 경영진, 승진 기회 및 가능성 등 모든 부문에서 대기업보다 낮은 평점을 받았다.
모든 부문을 포함한 총 평점(5점 만점)도 대기업이 2.81로 중소기업(2.53)을 앞섰다.
잡플래닛은 리뷰가 5개 이상인 대기업 2천13개, 중소기업 4천128개의 리뷰를 분석했다고 밝혔다.
대·중소기업의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은 복지 및 급여로, 대기업은 2.80, 중소기업은 2.30이었다.
잡플래닛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 사원 기준 대기업 평균 연봉은 3천419만원으로 중소기업(2천609만원)보다 810만원 많았다.
이런 격차는 직급이 올라갈수록 더 벌어져 상무급 대기업 평균 연봉은 1억449만원으로 중소기업(8천219만원)보다 2천230만원 많았다.
임금 다음으로는 업무와 삶의 균형 항목에서 차이가 컸다.
대기업은 2.73, 중소기업은 2.52를 기록했다.
경영진 항목은 대기업이 2.33, 중소기업이 2.17이었으며 사내문화는 대기업이 2.70, 중소기업이 2.62였다.
승진 기회 및 가능성은 대기업이 2.73, 중소기업이 2.68로 격차가 가장 적었다.
실제 근로자들이 남긴 기업에 대한 리뷰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또 중소기업과 대기업 근로자들은 모두 많은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 경직된 조직문화 및 체계 등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자신의 회사를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대기업 근로자들은 조직문화가 경직돼 있다는 것을 주요 불만사항으로 꼽은 데 반해 중소기업은 조직에 체계 자체가 없다는 점을 주로 지적했다.
'업무가 체계적이지 못하다', '체계적이지 못한 시스템', '비이성적인 의사결정체계', '규모가 작아 업무체계·상하체계가 없다'는 등의 지적은 점수가 낮은 중소기업 리뷰에 거의 매번 등장했다.
연봉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적다', '짜다' 등 액수가 낮다고 절대평가를 한 데 반해 대기업은 '동종업계와 비교해 낮다', '중소기업 수준이다' 등 상대적으로 낮다는 식으로 평가했다.
잡플래닛은 실제 특정 기업에 근무하거나 면접을 본 사용자들이 작성한 평균 연봉과 후기, 평점 등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대기업은 대부분의 영역이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돼 있으나 중소기업은 체계 없이 창업자나 경영진의 의지와 뜻대로 기업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만족도 편차가 크지 않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중소기업은 전체 만족도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만족도와 비슷한 경우가 대다수"라며 "젊거나 열린 시각을 가진 창업자의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일부 IT 혹은 벤처기업들의 만족도는 대기업들보다 월등히 높다"고 전했다.
또 "자사 아이템을 갖고 사업하는 독립형 중소기업보다 하청 중소기업의 만족도가 낮은 편인데 이는 경영진이 생존에 몰두하느라 조직과 직원을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며 "가끔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도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얘기를 하며 근로자 희생을 당연시하는 중소기업 CEO들이 있는데 그런 회사에 취직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중소기업 구인난을 해결하려면 단순히 연봉과 복지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문화, 경영진 등 여러 측면을 함께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같은 맥락에서 기업주들이 의지를 갖고 기업 문화를 변화시켜야 중소기업 인력난이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중소기업학회장인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나라에서 아무리 중소기업 고용 창출을 촉진하는 정책을 펴도 기업문화 자체가 인재들이 다니고 싶게끔 변화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이다"며 "근로자들이 '중소기업도 일할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기업주들이 기업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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