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그릇 작아질까…카드·보험·대부업계 새정부 정책에 전전긍긍

입력 2017-06-11 10:30  

밥그릇 작아질까…카드·보험·대부업계 새정부 정책에 전전긍긍

카드 수수료·보험료·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수익 악화로 연결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이세원 박의래 기자 = 신용카드 수수료율, 실손보험 보험료,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새 정부 금융정책이 가시화되며 제2금융권은 전전긍긍이다.

하나같이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이다 보니 업계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취약계층 부담 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어서 서민계층과 이해관계가 맞닿은 제2금융권은 주머니에서 많이 내놔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수수료율 인하 움직임에 카드업계 '울상'


정부가 영세자영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8월까지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기로 하자 업계는 수익이 줄어든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이달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부담완화 방안으로 카드 우대수수료율 대상 확대를 꺼냈다.

카드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은 현행 연간 매출 2억원에서 3억원으로, 1.3%인 중소가맹점 기준은 연 매출 3억원에서 5억원으로 각각 올리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번 조치가 수수료율 인하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카드 수수료율을 중소가맹점은 1.3%에서 1.0%로 점진적으로 내리고, 영세가맹점도 0.8%에서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카드업계는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수수료율도 낮추면 연간 5천500억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예상한 일이지만 정부가 이렇게 빨리 추진할지는 몰랐다"라며 "수수료율까지 인하하면 카드업계 피해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손보험료 인하 추진에 보험업계 '난색'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하 움직임에 보험업계도 난색이다.

정부는 건강보험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민간보험 보험료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건강보험 보장이 늘어나면 민간보험에서 지출하는 보험금이 줄어들게 되므로 그 반사이익만큼 보험료를 내리겠다는 논리다. 민간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부분, 즉 비급여 항목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최근 5년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실손보험이 누린 반사이익은 1조5천억원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이 대표 적자 상품이어서 보험료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의료업계 과잉진료와 소비자 의료쇼핑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코드 표준화, 비급여진료 수가 표준화, 전문기관 비급여 심사체계 마련 등 비합리적인 실손보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업계는 또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고용보험·산재보험 가입 의무화와 노동 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사업주에게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입을 얻지만 형식상 개인사업자인 직종을 말한다. 보험설계사가 41만여명으로 특수고용직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보험업계는 비용 확대와 인사관리 부담 등으로 현재 규모로 보험설계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특히 설계사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되면 단체협약에 따른 퇴직금, 수당 등을 지급해야 해서 그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보험설계사들 반발도 예상된다. 노동 3권 보장으로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근로소득세를 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개인사업자인 설계사는 소득 3.3%를 사업소득세로 내면 되지만 근로소득세를 납부하면 최고 세율이 40%까지 치솟는다.

올해 손해보험협회에서 우수 인증 설계사로 선정된 1만5천여명 연평균 소득이 1억100만원으로, 설계사 가운데 고소득자가 적지 않다.



◇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저축은행·대부업계 '좌불안석'



최고금리를 낮추겠다는 공약도 저축은행과 대부업계에는 큰 부담이다.

새 정부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5%로 통일한 뒤 점진적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부업법에 따른 최고이자율을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로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20.0%까지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대부업법은 금융기관과 사인간 금전거래에서 최고 금리를 연 27.9%로 제한하고, 이자제한법은 사인간 거래에서 연 25% 이자율 상한을 뒀다.

전체 이자가 원금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자를 원금보다 더 많이 냈는데도 빚에서 풀려나지 못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이자 총액이 대출 취급액을 초과하는 연체 채권이 저축은행 1만2천750건, 여신전문금융회사 1천638건, 농협과 수협 등 상호금융 811건 등이다.

작년 12월 말 기준 대부업체 상위 20개사 대출 중 이자 총액이 대출 원금보다 많은 연체 채권은 4만6천42건이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계, 여신금융업계 등은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부실률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2금융권 관계자는 "무작정 최고이자율만 낮추면 7등급 이하 저신용자는 제도권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다양한 상한금리제도의 운영실태를 살펴보고 우리 실정에 맞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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