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압박…의료계 "산업특성상 인건비 비중 높아" 난색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새 정부가 재계를 압박하며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관련한 각종 정책을 내놓자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의료계가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보건의료산업의 특성상 인건비가 병원 재정 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정규직 채용을 늘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주요 병원(300인 이상)의 비정규직 비율은 평균 14%였다. 이 중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6.6%,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7.4%였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3년이 지난 현재는 비정규직 비율이 20% 이상으로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산된다"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최일선에서 책임진다는 점에서 정규직 채용을 늘려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에서 외부에 용역을 주는 대표적인 분야가 냉난방 관리와 같은 시설 관리이지만, 병원에서 냉난방이 마비되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진다"며 "또 의류·침구 세탁처럼 감염 문제와 연관성이 있는 분야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병원 외부에서 2차 감염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들은 재정상 문제로 정규직을 확대하기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대부분의 병원은 대외비란 이유로 비정규직 비율을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인원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9.5%로 정규직이 5천605명, 비정규직이 589명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은 정부(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이라며 "지속해서 정규직(무기계약) 전환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조직 특성상 근로자 중 가임기 여성이 많은데 이로 인한 공백을 비정규직으로 메우고 있다"며 "따라서 정부 가이드라인인 비정규직 5%를 준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중이 최대 20∼30%나 되는 사립대병원은 고민이 더 크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의사·간호사·의료기사 등 다양한 전문직이 종사하는 고용 집약적인 서비스 산업으로 타 업종과 비교하면 인건비 비율이 높다"며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려면 수가 인상 등 병원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미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들어간 일부 병원들도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의 일괄적인 정규직화는 어렵다고 호소한다.
B 대학병원 관계자는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8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기 위해 2015~2018년 3개년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지만, 병원에도 인력을 한시적으로 운용해야 할 분야가 있어 모든 계약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다른 병원 관계자는 "처우 개선에 대해 검토작업 중이나 아직 구체화하지 않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병원별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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