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연중발생 비상] 사시사철 확산…풍토병 되나

입력 2017-06-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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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중발생 비상] 사시사철 확산…풍토병 되나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한반도의 가축 질병 상식이 깨지고 있다.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는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나 봄에 발생한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다.

AI 바이러스가 고온과 습도에 약하기 때문에 겨울과 봄에 걸쳐 창궐하다가 날씨가 더워지면 자연스럽게 기세가 꺾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였다.






그러나 2014년 처음으로 '여름 AI'가 창궐하면서 상식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올해 또다시 초여름인 6월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이제는 AI가 연중행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AI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1~2년 주기로 발생하다가 2천381억원 규모 피해를 냈던 2014년부터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현상은 AI가 발생하는 계절이다.

2003~2011년에는 겨울과 봄에만 발생했지만, 2014년 처음으로 한겨울인 1월 16일 시작된 AI가 한여름인 7월 29일까지 195일이나 지속됐다.

당시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H5N8형 AI로 인해 전국 19개 시·군에서 1천936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악몽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알 낳는 닭)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4개월 넘게 3천787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냈다.

AI가 지속된 기간은 140일로, 2014년보다 50일 이상 짧았지만 피해 규모는 훨씬 컸다.

그만큼 AI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독성이 강했던 셈이다.

이 AI로 인한 경제적 피해 규모 역시 2천566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하지만 이렇게 큰 피해를 냈던 이번 AI도 4월 4일 이후로는 추가 사례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AI 바이러스가 더운 날씨에 약하다는 통념을 다시 입증하는 듯했으나 이달 초 '초여름 AI'가 터지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많은 전문가는 중국 등지에서 날아오는 철새를 통해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AI 바이러스가 갈수록 강해지고 변이가 이뤄지면서 한반도에 토착화돼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지난 3일 제주 지역에서 처음 의심 신고가 접수된 AI 바이러스는 철새를 통해 국내에 유입된 것이 아니라 국내 어딘가에 남아 잠복해있다가 이른바 '순환 감염'을 통해 재확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AI의 발원지로 지목된 전북 군산 종계농장의 경우 지난 3월 중순께 한 차례 AI 검사를 받았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주로 전통시장이나 가든형 식당, 중·소규모 농가와 거래해온 군산 종계농장이 역(易)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뒤뜰에서 방목해 키우는 소규모 농가들의 경우 바이러스가 닭이나 오리 체내에 장기간 머물며 생명력을 유지하다 다른 가금으로 옮기는 '순환 감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군산 농장주가 순환 감염이 발생한 소규모 농장 등과 접촉하다 역으로 감염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연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기온이 높아지면 AI 바이러스가 혼자 살기는 힘든 조건이므로 사람 간 감기를 옮기듯 순환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방목해 키우는 소규모 농가에선 문제가 되지 않지만, 1만 마리 이상 사육시설로 들어가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역학 조사를 더 해야겠지만 군산 농장주가 시장통이나 소규모 농가 등에서 바이러스를 자신의 농장에 옮겨온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순환 감염이 확실시된다면 학계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된 'AI 토착화' 우려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가 겨울 철새 등 외부 유입 요인이 없어도 항시 잠복해있다가 기온과 환경이 맞으면 창궐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연중 내내 더운데도 AI가 상시 발생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 역시 순환 감염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가축방역심의회 위원인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아열대 기후인데도 AI가 상시 발생하는 동남아 국가들을 보면 AI가 꼭 더워지면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동남아처럼 AI 상시 발생국이 돼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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