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라오스 봉사후 정착 'ODA전문 여행사' 차린 조범수씨

입력 2017-06-11 10:20  

[사람들]라오스 봉사후 정착 'ODA전문 여행사' 차린 조범수씨

'줌 인 라오 트래블' 창업, 한국 봉사단체에 프로그램 짜주고 지원

"NGO 활동 돕는 사회적기업 만들겠다…돈 벌며 좋은 일 하니 좋아요"




(비엔티안<라오스>=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봉사활동을 위해 라오스를 찾는 한국 시민단체(NGO)를 적극적으로 돕는 사회적기업 여행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봉사단원으로 라오스에 왔다가 정착해 봉사 전문 여행사를 차린 한국인이 있다. 조범수(38) 줌 인 라오 트레블 사장. 그의 명함에는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라고 새겨져 있다.

메콩강이 바라다보이는 카페에서 11일 기자와 만난 그는 '왜 사장이나 대표라는 직함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현지 직원 1명과 함께 일을 하는데 굳이 사장이라고 파고 다니는 게 이상하잖아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KBS TV 방송 다큐 프로그램을 코디하다가 조금 늦었다. 여기까지 뛰어왔다"며 이마에 땀을 훔치는 그에게서 겸손하고 성실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 씨는 두 분야의 프로그램을 짜준다고 했다. 하나는 방송국 PD들의 요청으로 라오스에서 촬영하는 프로그램 제작 전반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촬영 서류작성, 현지 일 처리, 통역, 스케줄과 위기관리 등이다. 지금까지 tvN '꽃보다 청춘'과 '아버지와 나', EBS 다큐 '세계의 아이들', KBS2 '용감한 가족', 전주 MBC '미네소타 아리랑' 등 15편을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줬다.

"사전 조정작업을 다 해놓고 촬영하러 갔는데 아무도 없는 경우도 있었고, 시골 언덕길에서 경운기가 뒤집혀 출연자가 낭떠러지에 떨어져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어요. 방송 코디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70달러 정도 받고 일을 했는데, 지금은 몸값이 올라서 400달러 정도 받고 있죠."

그가 방송 코디를 하는 이유는 봉사단체를 지원하는 일이 별로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재능기부를 하고 싶지만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서 꾸려나가는 사업체인지라 어쩔 수 없이 최소한의 봉사료는 받는다. 그에게 방송 일은 10% 정도이며, 나머지 90%는 그야말로 봉사단체 코디를 위해 뛴다. 그가 운영하는 여행사는 한국은 물론 라오스에서도 유일한 형태로, 주변에서는 '공적 무상원조(ODA) 전문 여행사'라고 부른다.

"당연히 힘들죠. 그런데 NGO들이 라오스에 어떤 봉사가 필요한지도 잘 모르잖아요. 제가 단체 성격에 맞는 봉사 아이템을 선정하고, 지역을 찾고, 연결해 줍니다. 그래서 봉사 내용이 결정되면 99% 준비를 해놓고 단체 관계자를 부릅니다. 방문하는 관계자 1명당 100달러씩만 받습니다. 들어가는 품을 따지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그래도 돈을 벌며 좋은 일 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조 씨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여행사를 창업하게 된 것은 KOICA 일반 봉사단원으로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됐다. 경기도 평택 출신인 그는 대구 수성대 사진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들어가 애프터서비스 기사로 2년간 근무한 그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이 밋밋해 해외 취업을 결심한다. 그러다 해외생활을 미리 해볼 수 있는 KOICA 봉사단원 모집 광고를 발견했고, 곧바로 응모해 뽑혔다.

"당시 중국을 지원했는데, 지원자가 많아 떨어졌고, 대신 2005년 12월 라오스에 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힘든 일도 많았죠. 인터넷 속도도 느리고 답답했어요. 그런데 적응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는 거예요. 컴퓨터 유지 관리를 해주면서 교사들 교육도 담당했죠. 보람이 생기더군요."

1년간의 정해진 봉사활동이 끝났지만 귀국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아는 형과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려고 남았는데 여의치 않았고, 결국 취업을 선택한 그는 2008년 코라오그룹 농장 관리로 입사했다. 이 그룹은 한국인 오세영 회장이 20년 전 세웠고, 현재 라오스 민간기업 순위 3위 안에 들 정도로 큰 기업이다.

조 씨는 1년 정도 회사 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서 일하던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그 인연으로 유네스코가 보내주는 '워크 캠프팀'을 맞아 프로그램을 코디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입소문을 타고 청소년활동진흥원과 다른 NGO들의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서 개인이 아닌 사업체가 필요해졌다. 그래서 2009년 '봉사활동서비스'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냈다.

"한 NGO가 도서관을 짓겠다고 하면 우선 지역과 학교를 선정하는 동시에 건설업자를 접촉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공사를 시작하면 수시로 현장을 찾아봐야 하고, 90% 공정이 끝나면 한국에 연락합니다. 그때부터 봉사활동이 본격 시작되거든요. 활동팀 도착에 맞춰 숙소를 예약하고, 차량 섭외 등을 합니다. 본대가 오면 인솔과 통역, 때로는 직접 봉사도 합니다. 프로젝트 1건에 3∼4개월 걸리지만 대가는 많지 않죠. 하지만 보람을 생각하면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은 고작해야 연간 4천만 원 정도를 벌지만 10년 뒤에는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라며 "그래도 경쟁업체가 생길 일은 없으니 걱정할 일은 없다"며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국내든 해외든 자기가 가장 잘 하고, 할수록 즐거운 일을 찾아서 계속 발전시키다 보면 그것이 천직이 되고 새로운 업종을 창업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hw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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