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위협받는 700만 알뜰폰…기본료 폐지 '불똥'

입력 2017-06-11 11:06  

생존 위협받는 700만 알뜰폰…기본료 폐지 '불똥'

2G·3G 비중 75% 달해 매출 급감 불가피

"아직 영업손실 단계…알뜰폰 육성으로 경쟁 활성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이 구체화하고 있지만, 통신비 절감의 첨병으로 불렸던 알뜰폰은 정작 소외되는 분위기다.

정부가 휴대전화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통신비 인하로 소비자, 통신사, 정부가 모두 '윈윈'하기 위해서는 알뜰폰 육성이 해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밝힌 대로 기본료가 있는 2G와 3G, 4G(LTE) 일부 가입자에 한해 기본료 1만1천원이 폐지될 경우 알뜰폰 업계는 전례없는 위기에 빠질 공산이 크다.

국정기획위가 전날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알뜰폰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이미 알뜰폰 지원책은 기본료 폐지 논란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2011년 첫선을 보인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망을 빌려 제공하는 통신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 통신사와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알뜰폰 요금은 일반 이통사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알뜰폰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11%인 700만명이다. 이 가운데 2G와 3G 가입자 비중이 75.4%에 달해 기본료 폐지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3분기 기준 알뜰폰 업계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1만5천329원이다. 단순계산만으로 보면 기본료 폐지 시 상당수 가입자의 ARPU가 4천원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알뜰폰에 한해 기본료 폐지 금액을 낮춘다 하더라도 매출 규모가 워낙 작아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2015년 알뜰폰 업계의 매출 규모는 6천700억대로 이동통신 3사의 3% 수준에 불과하다.

알뜰폰 업계는 이미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알뜰폰 업계의 전체 영업 손실 규모는 2012년 562억원, 2013년 908억원, 2014년 965억원, 2015년 511억원, 2016년 317억원에 달한다.





알뜰폰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활성화 종합 계획을 발표한 2012년부터 급격히 성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알뜰폰 업체는 39곳에 달한다.

빠르게 성장하던 알뜰폰은 2년 전부터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2014년까지는 매해 가입자가 갑절 가까이 증가했지만, 2015년에는 증가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지더니 지난해에는 16% 느는 데 그쳤다.

가입자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0% 수준에 도달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폰 업계는 요금제 확대와 제휴카드 할인, 멤버십 서비스 출시 등을 앞세워 활로를 찾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우선 대형 통신사와 경쟁하기에는 유통망이 턱없이 부족하다. 촘촘한 유통망을 갖춘 대형 통신사와 달리 알뜰폰은 우체국이나 온라인 판매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알뜰폰도 10여개 업체에 불과하다.

에넥스텔레콤 등 일부 회사들이 편의점이나 오프라인 대리점으로 유통 경로를 넓히고 있지만, 비중은 미미하다.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한 대책으로 도매대가 인하와 전파 사용료 감면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알뜰폰이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리는 대가인 도매대가를 꾸준히 낮춰왔지만, 여전히 부담이 크다는 업계의 주장이다.

알뜰폰은 2013년부터 정부로부터 전파 사용료를 감면받고 있다. 하지만 올해 9월이면 감면 기간은 끝이 난다. 정부는 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지만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연장한 터라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료마저 폐지될 경우 알뜰폰 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기본료 폐지는 당장 매출 감소뿐 아니라 이통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라며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업계의 발목을 잡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가격 경쟁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알뜰폰을 활성화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대로라면 알뜰폰 사업자들이 모두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도 알뜰폰 업계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뜰폰이 제공하는 유심(USIM) 요금제는 휴대전화 구매와 요금제 가입이 분리된 자급제 상품이다. 기존에 써왔거나 새로 산 휴대전화에 유심만 끼우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이통 3사는 자사 요금제가 적용된 휴대전화만 판매하는데 자급제폰은 유통점이나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이통사 상품보다 출고가가 10%가량 비싼 점이 단점이지만, 통신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단말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자급제가 활성화하면 알뜰폰은 제품군을 다양화할 수 있고, 소비자로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소니와 샤오미 등 외산폰들은 자급제폰으로 국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통되는 자급제폰은 전체 단말의 10%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알뜰폰의 생존을 위해 단말 자급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대형 고객인 통신 3사 위주로 제품을 공급하다 보니 알뜰폰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라며 "알뜰폰을 육성하고, 외산폰 등 다양한 제품을 공급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서도 자급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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