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최저임금부터 통신비까지 곳곳서 '잡음'
"개혁도 성장도 포기못해…기업과 소통 늘릴 것"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정부에서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최저임금 인상안이나 통신비 인하안 등을 두고서 기업계와 잇따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김진표 위원장이 국정기획위 출범과 동시에 "공급주도형 경제에서 소득주도형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선언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다.
재벌개혁 작업은 물론 대기업 위주의 경제 구조를 개혁하는 데 있어 저항은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계와 지나치게 대립하는 것은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와 국정위의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국정기획위는 일단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이 자리를 잡는 과정"이라며 기업계와의 대립구도로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낙수효과에 의존한 기존의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로는 더는 성장을 바랄 수 없다. 가계소득을 높이고 소비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소득주도형 성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날로 나빠지는 기업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기업 시각은 사뭇 다르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안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국정기획위의 노동정책을 두고 기업계에서는 최근 잇따라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은 지난달 25일 경총포럼에서 비정규직 정책과 관련해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안을 두고서 반발이 거세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8일 국정기획위 사회분과 위원단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등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정위 사회분과 오태규 자문위원은 "일방적으로 어렵다는 얘기만 한다. 실망스럽다"고 말해 양측 사이에 냉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국정기획위의 대표적인 가계 생활비 절감 정책인 '휴대전화 통신비 인하' 공약 이행방안 논의를 두고도 업계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이 사안을 두고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며 보고 중단까지 선언했다가 다시 논의를 재개했다. 미래부로서는 어떻게든 가격 인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러나 통신업계에서는 시민단체들이 국정기획위에 건의한 대로 기본료에 해당하는 1만1천 원이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일괄 인하될 경우 통신사들은 일제히 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국정기획위 내에서는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 다소간의 저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대립 일변도로 가서는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주도 성장에 있어서 기업들도 분명히 한 축을 담당해야 할 존재"라며 "우리가 기업과 대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마치 우리가 기업 군기를 잡는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며 "개혁과 성장 중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기업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며 논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정기획위는 최근 최저임금제에 대한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고, 휴대전화 요금 인하 문제에 대해서도 통신사들의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받았다.
경제2분과 이개호 위원장 역시 10일 미래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국정기획위는 과거 정부와 같은 일방적인 지시나 강요가 아닌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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