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입업자 구속…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 피해자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동남아시아에서 헐값에 수입해 온 정제유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꾀어 수백억원대 투자금을 끌어모은 업체 대표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근 유사수신 행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석유수입업체 대표 김모(43)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2015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서울 강남구에 본사, 부산·대구 등에 지점을 차려 1천여명으로부터 700억원가량을 투자금 명목으로 챙긴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싱가포르에서 싼 가격에 정제유를 들여오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경쟁자가 별로 없는 '블루오션'이라 고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고 투자자를 설득했다.
정제유는 폐유나 폐윤활유 등을 재활용한 석유의 한 종류다. 금속 성분이 포함돼 차량용으로는 쓰지 못하고, 화훼단지 난방이나 산업용으로만 사용된다.
그러나 김씨는 투자금을 받아 수익을 돌려주는 유사수신업 등록을 하지 않았고, 석유수입업을 하긴 했으나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줄 만큼 규모가 크지도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수하의 모집책 10여명은 수영장 등에서 만난 지인을 상대로 월 5∼6% 수익은 물론 원금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고 꼬드겼다.
김씨는 투자 유치에 성공한 모집책에게는 월 5∼6%에 해당하는 이자를 현금으로 더 챙겨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투자자를 안심시키려고 지방과 외국 출장도 마다치 않았다.
일부 피해자는 "울산에 있는 김씨 명의의 석유화학 공장을 다녀왔으나 당시 공장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올해 1월에는 고액 투자자들과 함께 싱가포르를 찾아 자신이 지분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공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결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 이 업체의 신용분석보고서를 보면 부채비율이 정상 수준인 200% 미만을 훨씬 웃도는 3천%대였다.
김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도 투자자 유치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2월 압수수색을 당하고서는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내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당시 싱가포르에서 머물던 그는 편지에서 "투자부문을 제외한 무역·유통업무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회사를 믿어달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 외에도 해당 업체 임원과 지점장 등 20여명을 입건했다. 아울러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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