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시장점유율 17.22%…혼다 8년4개월 만에 월판매 1천대 돌파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엔화 강세, 2009~2010년 도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 등을 거치며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한참 뒤처졌던 일본 차들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3사(벤츠·BMW·폴크스바겐 아우디)의 주력 차종인 디젤엔진 모델의 인기가 미세먼지 이슈 등으로 식은 가운데, 일본 차 업계가 다양한 하이브리드(가솔린+전기모터)와 가솔린 모델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4기통 2천㏄급' 엔진에 출력도 비슷한데, 3천만 원 가까이 비싼 독일 차의 '거품' 논란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 브랜드(렉서스·도요타·혼다·닛산·인피니티)의 한국 수입차 시장점유율은 17.22%로 집계됐다. 최근 한달 동안 팔린 수입차 다섯 대 가운데 한 대는 일본 차라는 얘기다.
2015년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배기가스 조작 사건)가 터지기 직전, 국내 시장에서 독일 3사에 밀려 일본 차 인기가 바닥을 기던 2014년의 10.85%와 비교하면 무려 점유율이 6% 가까이 뛰었다.
브랜드별 5월 판매 순위에서도 혼다(1천169대)가 BMW(5천373대), 메르세데스-벤츠(5천63대)에 이어 3위로 뛰어올랐고, 렉서스(864대)와 도요타(852대)도 각 6위와 7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특히 지난달 혼다의 경우 2008년 12월(1천23대) 이후 무려 8년 4개월여 만에 처음 1천 대가 넘는 '네 자리수' 판매 실적을 올렸다.
혼다 관계자는 "신차 올뉴(All New) CR-V 터보(Turbo) 출시 효과에 어코드 가솔린, 어코드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전에 따른 것"이라며 "디젤게이트 이후 가솔린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데다, 미세먼지 이슈로 커진 국내 소비자들의 '환경보호 의식'도 일본 차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 이후 베스트셀러 'BMW 520D' 등을 중심으로 디젤 독일 차를 대거 사들인 한국 소비자들이 진동·소음, 환경 등 측면에서 디젤차에 '피로'를 느끼고 차량 교체 시기를 맞아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차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일본 차가 수혜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작년과 올해에 걸쳐 BMW, 벤츠 등이 내놓은 '완전 변경'(풀체인지) 모델들의 가격대가 엔진 성능 등 사양에 비해 너무 높다는 '거품론'이 실속파 소비자들의 발길을 일본, 미국 등 여타 국가 브랜드 매장으로 이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예를 들어 4기통 1천995㏄, 최고 출력 190마력(hp)의 신형 BMW 520D의 가격은 6천630만~7천120만 원 수준이고 역시 4기통 1천950cc, 최고 출력 194마력(hp)의 신형 벤츠 E클래스 220d는 6천460만~6천91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엔진사양이나 출력(2천356㏄, 188마력)이 비슷한 혼다 어코드 2.4 가솔린의 가격은 3천500만 원대부터 시작하고, 출력이 300마력이 넘는 6기통 엔진을 얹은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 자동차들도 5천만 원 안팎이면 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종별로 당연히 연비나 여러 편의 사항 등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차의 핵심인 엔진 성능이 비슷한 자동차 가격이 3천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는 건, 그 상당 부분을 '브랜드 프리미엄'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고 특히 한국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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