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만의 '비법조인' 법무장관 발탁해 '문민화' 의지 천명
인적 쇄신·수사권 조정 등 '양대 축' 검찰개혁 본격화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인권 분야에 정통한 원로 법학자인 안경환(69) 전 국가인권위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국내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비법조인'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11월 김준연(1971년 작고) 당시 국회의원 이후 67년 만의 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 장관에까지 개혁 성향이 뚜렷한 진보 성향 법학자를 중용함에 따라 문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강조해온 검찰 개혁 과제가 조만간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출신이 아니고 국내 변호사 자격이 없는 안 후보자가 검찰 인사권을 틀어쥐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것 자체가 강력한 검찰 개혁을 예고하는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법무부의 '문민화·탈검찰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다 먼저 기용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안 후보자는 서울대 재직 시절 호흡이 잘 맞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향후 법무부가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아래 법무·개혁의 고삐를 당길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 후보자는 대학 졸업 후 금융회사에 취업했다가 다소 늦게 유학길에 올라 미국 샌타클라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변호사로 잠시 활동했지만 1987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이후 연구와 후학 양성에 전념했다.
역대 법무부 장관은 검찰 출신들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참여정부 들어 첫 법무부 장관으로 판사 출신인 강금실 변호사가 임명됐을 때도 파격 인사라는 세간이 평가가 나왔던 터다. 이밖에 최근 수십년 사이에는 검찰 출신이 아닌 장관으로는 대법관 출신 안우만 전 장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정치인 출신 천정배 전 장관 등 손꼽을 정도다.
이처럼 '국내 법조인'이 아닌 안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법무부 문민화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한편으로 좌고우면하지 말고 인적 쇄신, 제도 개선을 양대 축으로 한 '검찰 수술'을 뚝심 있게 밀어붙이라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와대도 "안경환 전 위원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한 것은 문 대통령의 법무부 탈검찰화 약속 이행 의미"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 본인도 언론에 보낸 '소감문'에서 "법무부의 탈검사화 등 대통령님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자는 취임하면 대대적인 검찰 간부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인적 쇄신부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법무부는 청와대와 긴밀한 조율 속에서 '과거 부적정한 사건 처리를 한 검사'라는 이유로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김진모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 검사장 이상 고위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숙검(肅檢)'에 시동을 걸었다.
김수남 전 총장 사임 이후 공석인 검찰총장 지명 이후 단행될 고검장급, 검사장급, 차·부장급 정기 인사에서 '물갈이' 수준이 상상을 초월하는 '쓰나미급'이 될 것이라는 공포가 검찰 조직에 드리워진 상태다.
아울러 안 후보자는 향후 법무부 핵심 보직에서 검사 배치를 배제하는 형태로 법무부의 문민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의 제도 개선에도 역량을 쏟아부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안 후보자가 평소 차분한 성격에 합리적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점에서 향후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검찰 내부의 동요나 잡음을 나름대로 다독이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개혁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일각에선 조심스레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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