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2일 제주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소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지속해서 번지고 있어 정부가 11일 전국 모든 가축 거래상인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 행위를 전면 중단시키는 조처를 했다. 이미 지난 5일부터 전국의 전통 시장과 가든형 식당에서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을 금지한 상태지만, AI가 중간 유통상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가축거래상인의 유통 행위 전면 금지 기간은 12일 0시부터 25일 자정까지 2주일이다. 정부로서는 최대한의 방역 수단을 동원한 셈인데, 철저한 시행을 통해 바이러스 확산 세를 진정시키기를 바란다.
이번에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진원지가 드러난 상태다. 전북 군산 종계농장에서 사육된 가금류가 중간 유통상을 통해 소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게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이다. 물론 군산 지역 외에도 다른 발원지가 있을 수 있고, 최초 발생 이후 확산 과정에서 중간 발생지도 만들어졌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살아있는 가금류의 이동 제한조치가 발병지에서 먼저 취해졌다가, 확산 세가 누그러지지 않자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7일부터 전북과 제주 등 AI 발생지에 한해 시행 중인 살아있는 가금류의 타 시ㆍ도 반출 금지 조치를 농식품부가 11일 자정부터 일주일간 전국 모든 시ㆍ도에서 시행키로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11일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AI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는 총 35곳이며,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 중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곳은 15개 농가로 지역적으로는 제주와 부산, 전북, 경기, 울산, 경남 등 6개 시ㆍ도에 분포해 있다. AI가 일부 지역에 갇혀 있는 상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봐야 한다. 또 이번 AI의 특징은 예년과 달리 초여름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통상 AI는 높은 기온과 습도를 잘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므로 방역 당국은 뜻밖의 공격을 받은 셈이라고 할 수 있다. AI가 초여름에 발생한 원인은 바이러스의 변이와 토착화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응을 요구한다고 할 것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1일 오전 열린 AI 일일점검회의에서 사태 장기화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인체감염에도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에 검출된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사례가 없기는 하지만, 이제는 인수공통전염병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AI에 대비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라고 생각된다. 우선 방역인력부터 준비태세를 갖추기를 주문한다. 또 이제 우리나라는 AI 상시 발생국에 근접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사육제한 명령 제도 도입, 백신 정책 도입 등 다각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필요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에 앞서 비위생적인 밀집 축산환경을 개선하는 일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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