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병목현상'에도 장·차관 무더기 인사 단행…'호흡' 중시
文대통령 대선캠프 브레인들 전면에…전방위 개혁 드라이브 예고
김상곤 카드로 공교육 혁신…인권학자 안경환 기용해 검찰 개혁
해군출신 송영무, '육방부' 개혁…노동학자 조대엽, 노사민정 '대타협' 추진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단행한 장·차관 인사는 '개혁 어젠다'를 실현할 새 정부의 핵심 진용을 구축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정권 초 국민들의 높은 지지에 힘입어 교육과 국방, 검찰 등 주요 분야에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일자리 창출과 4대강 녹조 정상화 등 대선공약을 실행에 옮기는데 필요한 '인적 구성'을 큰 틀에서 마무리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기용된 장관 후보자들은 모두 지난 대선과정에서 각 분야의 브레인 역할을 맡으며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에 크게 기여한 인사들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철학을 공유하면서도 업무적으로도 호흡을 같이할 수 있는 인물들을 초대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 앉힘으로써 앞으로 전방위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지연 등으로 '병목현상'을 보이고 있는 인선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첫 국회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일요일을 기해 장·차관 후보자 7명을 인사함으로써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 정부 조각인선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우선 사회부총리 겸 교육장관에는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을 낙점했다. 김 후보자는 '혁신의 대부' 내지 '개혁의 아이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교육계에서 대표적 진보성향 인사로 꼽힌다.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던 호남출신의 김 후보자는 민선 1·2기 경기도교육감을 지내면서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 보편적 교육복지와 공교육 정상화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라는 논란 속에서도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되며 보편적 복지정책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후보자는 앞으로 문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공약한 교육개혁 과제인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 ▲입시과정 공정성 강화 ▲미래지향 공교육 혁신 등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기용은 문 대통령이 당초 공약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현실화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검찰 출신이 아니라 인권문제에 정통한 학자출신을 법무부의 수장에 앉힘으로써 순혈주의 조직문화에 물든 검찰 조직에 일대 개혁 바람이 휘몰아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안 후보자는 국가인권위원장 재직시절인 2009년 7월 임기 4개월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인권개선 의지를 비판하면서 사표를 던진 강단있는 소신파다. 안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처음 대선에 출마했던 2012년 캠프에서부터 법률적 조언을 해주면서 문 대통령과 검찰 개혁에 대한 구상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안 후보자는 앞으로 인적 쇄신과 수사권 조정, 공직자비리 수사처 등 검찰 개혁조치를 조속히 실행에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을 국방장관에 기용한 것은 그 자체로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 정부때의 윤광웅 국방장관에 이어 13년만에 해군 출신을 군의 총수로 낙점함으로써 '육방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육군 출신이 독식해온 군 조직은 대대적 쇄신의 실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해·육군 주요보직을 두루 섭렵하며 주요 정책과 전략분야에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송 후보자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군사 브레인' 역할을 맡으며 중장기 국방개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경 환경장관 후보자는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구체화해나가려는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후보시절 대선캠프에서 환경특보로 일했던 김 후보자는 새정부 출범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회 위원을 맡아 미세먼지 저감과 4대강 녹조 정상화를 비롯한 문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맡아왔다.
조대엽 노동장관 후보자는 문 대통령이 국정 제1과제로 꼽는 일자리 정책을 구현할 적임자로 꼽히고 있다. 민주주의와 노동문제 연구에 몸담아온 학자 출신인 조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문재인 캠프의 싱크탱크 기구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부소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앞으로 노·사·민·정 간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동시간과 비정규직 축소, 노동기본권 보장 등의 개혁과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6·10 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일자리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경제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꼽을 정도로 일자리 정책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이 이날 장관급 인선을 발표하면서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후보자의 신상문제를 '자진신고'한 점이다.
이는 집권초기 국정운영을 빨리 안정화하고 대선어젠다를 실천하려면 조각이 시급하고 그러려면 인선과정에서 뒤따르는 '작은 흠결'은 무릅쓰고 가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바꿔말해 그동안 미뤄왔던 장관급 후속 인선을 단행함으로써 '청문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강 외교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지연시키고 있는 야당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정부가 조각 인선에 속도를 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계속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모양새로 여론에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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