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간부들, 이제 시진핑보다 왕치산 더 두려워한다"
"중국서 고위직 오르려면 기율검사위 들어가라"는 얘기 나와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측근들이 국무원과 지방정부 핵심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1일 왕치산 서기의 후광을 업고 그의 베이징 시장 시절 측근들과 중앙기율검사위 부하 직원들이 고위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전에는 중앙기율검사위 간부가 지방정부 지도자로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와 관련, 중국 정치평론가인 장리판(章立凡)은 "현재 왕치산 서기의 중국 내 권력 서열이 시진핑 주석에 이어 2위"라면서 "대다수 간부들은 이제 시진핑 주석보다 왕치산 서기를 더 두려워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앙기율검사위 고위직의 상당수는 왕치산 서기가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베이징 시장 재직 시절 데리고 있던 부하 직원들이다.
베이징시 시정부 판공청 부주임 시절 왕치산 당시 시장을 모셨던 추이펑(崔鵬)은 2014년 왕치산을 따라 중앙기율위원회 부비서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지난 1월에는 국무원 국가감찰부 부부장에 선임됐다.
양샤오차오(楊曉超) 베이징시 당위원회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도 지난해 중앙기율검사위 비서장으로 자리를 옮겨 왕치산 서기의 최고위 보좌관역을 맡고 있다. 베이징시에서 오래 근무한 그는 왕치산 서기가 시장이었을 때 신임을 얻었다.
또 왕치산 시장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 집행주석을 겸임했을 때 신문선전부 부장을 맡았던 샤오페이(肖培)도 2014년 중앙기율검사위 선전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다음해인 2015년 감찰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5년 7월 샤오페이의 후임으로 중앙기율검사위 선전부장을 이어받은 천샤오장(陳小江)도 1년 만인 2016년 랴오닝(遼寧)성 기율검사위 서기에 이어 1년 만인 지난 5월 감찰부 부부장으로 선임됐다.
중앙기율검사위 선전부는 1949년 건국 이후 처음으로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부정부패에 관한 온라인 여론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인민들이 손쉽게 제보를 할 수 있도록 하며 이미지를 크게 개선했다.
좡더수이(庄德水) 베이징대 염정(廉政)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대중들이 갈수록 중앙기율검사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면서 "이는 중앙기율검사위가 과거와는 달리 비밀성에서 벗어나 투명하고 공개적인 기관으로 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정부 반부패 기관의 수장은 지금까지 당 조직부에서 내려갔으나 지금은 중앙기율검사위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지난 4월 간쑤(甘肅)성 당서기로 승진한 린둬(林鐸)로, 그는 왕치산 인맥이다. 왕치산 서기가 베이징 시장 시절 린둬는 베이징시 시청(西城)구 당서기를 역임했다.
그는 왕치산 서기와의 인연을 계기로 2014년 하얼빈(哈爾濱)시 당서기에서 랴오닝성 기율검사위 서기로, 2016년엔 간쑤성 기율검사위 서기에서 간쑤성 성장으로 수직 상승을 거듭했다.
황샤오웨이(黃嘯薇) 전 감찰부 부부장도 왕치산 서기와 함께 중앙기율검사위에서 일했던 왕치산의 측근이다. 그녀는 2014년 산시(山西)성 기율검사위 서기로 나간 뒤 지난해 산시성 당 부서기로 승진했다.
특히 중앙기율검사위 출신들은 기존의 관례를 깨고 국무원 요직도 장악하고 있다. 왕치산 서기 밑에서 중앙기율검사위 부서기였던 천원칭(陳文淸)은 2015년 국가안전부 당서기로 승진했으며 지난해에는 국가안전부장에 선임됐다.
또 중앙기율검사위 부서기 출신으로 왕치산 서기 인맥으로 분류되는 황수셴(黃樹賢)도 지난해 11월 민정부장이 됐으며 왕링쥔(王令浚) 감찰부 부부장은 지난달 해관총서 부서장으로 발령났다.
좡더수이 부주임은 "중앙기율검사위는 아주 폐쇄적인 조직이라 당원들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는 경우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다"면서 "중국이 이제 반부패 사정에 나섰던 당 간부들을 전면적인 통치개혁에 활용하고 있으며 왕치산 서기가 자신의 측근들을 승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평론가 장리판도 "중앙기율검사위의 권력이 막강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왕치산 서기의 영향력을 시진핑 주석의 영향력과 분리해서 생각하기는 아직 어려우며 왕치산 서기가 자신만의 세력을 형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ys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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